“<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오랜 팬과 이번 작품으로 시리즈를 처음 접한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트랜스포머> 프랜차이즈의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트랜스포머 ONE>을 연출한 조시 쿨리 감독은 기존 세계관으로부터의 독립을 꾀한 본작만의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는 “인간이 없는 사이버트론 행성”이라는 배경 속에서 트랜스포머의 인간적 성정과 금속제의 물성을 동시에 탐구하는 일이었다. 그는 철제 캐릭터들에게서 “가장 인간적인 관계와 감정”을 끌어냄과 동시에 인간의 격투와는 다른 “오직 트랜스포머 사이에서만 성립하는 액션”을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후반부에서는 캐릭터들의 변신 장면이 일종의 초능력이자 액션 시퀀스의 일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데뷔작 <토이 스토리4>에서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연출로 주목받은 조시 쿨리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사이버트론의 생소한 풍광을 난연하게 세공했다. 금속으로 가득한 행성의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고민을 묻자 그의 눈빛이 한층 초롱초롱해졌다. “금속 표면은 다량의 반사광이 특징이다. 빛 작업이 용이한 CG애니메이션의 특권을 활용해 매 장면의 렌즈 플레어 양을 늘리거나 줄이며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활용했다.” 반면 효과음 디자인에 있어서는 오히려 “금속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의 피로도”를 경감하는 것이 목표였다. 마침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에서 나무 관절 소리만 탐구한 사운드디자이너 스콧 마틴 거신의 뛰어난 “꼼수”들이 주효했다고. “예를 들어 영화 속 발걸음의 효과음은 사실 흙 표면을 두드려 만든 소리다. 분명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처럼 들리는데도 말이다.”
<트랜스포머 ONE>의 노련한 주연 성우 4인도 감독의 연출 의도를 완벽히 구현한 과정을 이어 들려주었다. 엘리타 원 역의 스칼릿 조핸슨과 B-127 역의 키건 마이클 키는 완전히 독립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려는 감독의 의향에 따라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마음으로”(키건 마이클 키) 각자의 배역을 해석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전 작품의 모습들을 조합해 해석을 만드는 역방향의 접근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더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었다.”(스칼릿 조핸슨) 반면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이라는 도착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크리스 헴스워스(오라이온 팩스 역)와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D-16 역)에게는 “약속된 종지부로 향하는 과정에서 캐릭터에게 생동감과 다양성을 더하는”(크리스 헴스워스) 접근 방식이 필요했다. “적수와 우정을 나누던 메가트론의 젊은 날은 지금껏 시리즈에서 다루어진 적이 없다. 18살 무렵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그가 무엇을 즐기고 두려워할지에 대한 구체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모든 진상을 깨닫고 처음 변신을 경험하는 분기점에서 D-16은 비가역적인 내적 변화를 겪는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키건 마이클 키를 제외한 주연배우들에게 <트랜스포머 ONE>은 사실상의 첫 성우 주연작이다. 엘리타와 유사한 강인한 전사 배역을 종종 연기한 스칼릿 조핸슨은 목소리만으로 액션을 표현하는 작업을 “<블랙 위도우> 때 CG 장면의 긴 후시녹음을 하던 것과 비슷한” 감각으로 묘사했다. “분장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빼고 모든 부분에서 성우 연기가 더 어렵다”고 너스레를 떤 크리스 헴스워스도 “배역과 만나고 디테일을 더해가는 과정은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익살스러운 성우 연기의 대가인 키건 마이클 키는 명대사 ‘배드애스트론’의 독특한 목소리에 대해 “<트랜스포머>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사운드웨이브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며, “나도 내가 이 소리를 어떻게 내는지 모르겠다”는 겸손한 관록을 뽐냈다. 익살과 우정, 분노와 정의가 한데 어우러지는 명배우들의 열연은 이들이 한번도 같은 공간에 모여 녹음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놀랍다. “오라이온 팩스와 D-16의 우정이 제대로 표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대역의 호흡을 상상하며 녹음했다. 이후 완성된 영화를 보며 감탄했다. 이렇게 잘 맞다니 조금 무서울 정도다. (웃음)”(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크리스 헴스워스는 “조시 쿨리 감독이 모든 퍼즐을 조합해주었다”며 감독의 디렉션을 상찬했다. 인터뷰장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어째서 이들이 외따로 녹음하면서도 완벽한 화음을 이루어냈는지 짐작하게 해주었다. “녹음실에서는 조시 쿨리 감독이 상대역이 되어주었다. 연기를 정말 잘한다.”(키건 마이클 키) “‘배드애스트론’을 당신만큼 잘하지는 못하지만! (웃음)” (스칼릿 조핸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