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국제영화제]
BIFF #1호 [스페셜] 이 작품, 놓쳐선 안 된다! , 8인의 프로그래머가 소개하는 올해 영화제 경향과 추천작
2024-10-03
글 : 조현나

가을의 부산에서 마침내 영화 축제가 막을 올렸다. 올해는 어떤 영화인들이 한국을 찾을까. 224편의 영화들 중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이벤트는 무엇이 있을까. 프로그래머들이 짚어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요 정보들을 전한다.

공통 질문

1. 올해 담당 프로그램의 경향은?

2. 프로그래머가 꼽은 추천작 세 편

3.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

1.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두 장편 외에도 일본 영화는 재능 있는 감독들의 신작을 계속 선보이는 중이다. 칸영화제, 베니스국제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마이 선샤인> <나미비아의 사막> <고스트캣 앙주> <해피엔드> <슈퍼 해피 포에버> 외에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 <코코넛 나무의 높이> 등과 같은 신진 감독들의 데뷔작에도 주목해 주면 좋겠다.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란 영화는 <신성한 나무의 씨앗> <내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 <증인> <라나를 위하여> 등 네 편의 뛰어난 장편 극영화를 올해 부산국제영 화제에서 선보인다.

2.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은 인간의 선악을 거울처럼 바라보게 만들며 드라마를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한 작품이다. <코코넛 나무의 높이>는 과거와 현재, 사람과 유령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흥미로운 사연을 들려주는 영화다. <라나를 위하여>는 가족 멜로드라마의 전형성을 갖고 있지만 현실의 잔인함과 그걸 이겨내려는 사람들의 안간힘이 감동을 자아낸다.

3. 야외에서 상영되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와 <고스트캣 앙주> 모두 가족 단위의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가을바람과 함께 야외 상영의 진수를 느껴보길 권하고 싶다.

박선영 아시아영화 섹션 프로그래머

아벨

1. 중화권, 남아시아, 중앙아시아권 영화들은 올해 칸영화제 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심사위원 대상작인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과 <블랙 독> <백의창구((白衣蒼 狗)> <블루 선 팰리스> <쉐임리스> 등이 수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 다. 파얄 카파디아와 <블루 선 팰리스>의 콘스탄스 창,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피어스>의 넬리샤 류 등 신인 여성 감독의 활약도 눈에 띈다. 대만영화의 경우 보통 2~4편이 초청된 데 반해 올해는 <여름날의 레몬그라스> <우리들의 교복 시절>을 비롯한 장편 6편과 단편 등이 초청되며 약진했다.

2. <아벨>. 카자흐스탄의 엘자트 에스켄디르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자 2020 아시아프로젝트마켓 선정작이다. 소비에트연방 붕괴 후 카자흐스탄의 혼란을 양치기 아벨의 고난을 통해 그려냈다. <동쪽으로 흐르는 강>. 올해의 발견 중 한 편. 겹겹이 쌓이는 서사와 유려한 카메라로 상실의 트라우마에 잠식된 이들의 삶을 비춘다. <현대 모성에 관한 몽타주>. 홍콩 올리버 시쿠엔 찬 감독의 신작이다. 아시아에서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사회학적 보고서다.

3. 아시아영화들은 한국에서 개봉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영화제에서 꼭 봐주시길 바란다!

박성호 아시아영화 섹션 프로그래머

돈 크라이 버터플라이

1. 동남아시아에서는 올해도 다양한 신인의 작품을 소개한다. 리티 판, 라브 디아즈 같은 거장들이 꾸준히 동남아시아의 근현대사를 조망하는 영화를 선보였다. 박스오피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권역 내에서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과 같은 천만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2. <돈 크라이 버터플라이>는 베니스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을 수상한 두옹 디에 린 감독의 데뷔작이다. 베트남 여성이 제목에 버터플라이를 넣었다는 사실이 통쾌함을 안긴다. 두 모녀가 다이내 믹한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새벽>. 퇴역 군인인 할아버지는 태국 근현대사의 가부장적 요소를 대변하는 인물로, 한적한 교외에 집을 짓고 있다. 하지만 손녀는 해외로 나가려 한다. 감상한 뒤 많은 생각과 감정이 떠오를 영화다. <조용한 경청>은 범죄, 부패, 빈곤 속 폭력 묘사에 탁월한 필리핀 영화의 강점을 잘 보여준다. 몰입과 공감을 넘어 괴로움을 주입하는 실험적 연출이 돋보인다.

3. 수년 간 수많은 이들이 공들여 완성했으며 관객들이 가장 기다렸을 224편의 작품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 뷔페 같기도, 백화점 같기도 한 부산국제영화제는 평소 손이 가지 않던 장르, 감독의 작품을 감상할 좋은 기회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느껴보시기를.

서승희 월드영화 섹션 프로그래머

고스트 트레일

1. 유럽 영화의 경우 여성 감독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으며 이들 영화의 작품성 또한 뛰어나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데아 클룸베가쉬빌리 감독의 <4월>과 마우라 델페로 감독의 <베 르밀리오>가 이를 입증한다. 루이즈 꾸르보와지에 감독의 <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 아가트 리딩거 감독의 <와일드 다이아몬드>, 탈룰라 H. 슈왑 감독의 <미스터 K> 모두 놀라운 작품이다.

2. <고스트 트레일>.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개막작이다. 조나땅 미예 감독은 여행 사진작가로서 50개국 이상을 여행하며 세계의 풍경을 촬영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음악가인 밀라드 탕시르 감독의 영화 <애니웨어 애니타임>은 올해의 발견으로, 첫 장면 부터 마음이 끌렸다.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과 함께 관람 해도 좋겠다. 요한 흐리몬프러 감독은 유럽과 미국에선 이미 유명하 다. 재즈의 리듬으로 이어지는, 정치 스릴러 뮤지컬 영화 <쿠데타의 사운드트랙>과 감독과의 만남을 놓치지 마시길.

3. 유럽의 훌륭한 감독들이 많이 참석하는 해라 프로그래머 로서 보람 있고 기쁠 따름이다. 미겔 고메스부터 레오스 카락스까 지…. 그들과 만나는 기쁨을 이제 오롯이 관객들께 드린다.

박가언 월드영화 섹션 프로그래머

회색 벌들

1. 북유럽, 특히 노르웨이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더 파이브 노르딕스(The Five Nordics)란 이름으로 협력 중인 영화진흥기구의 지원 정책 덕일 것이다. 노르웨이 영화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 <사랑일까요> 외에도 덴마크의 <바 늘을 든 소녀> <디 엔드>, 스웨덴의 <1958-1989 이스라엘 팔레스타 인>, 아이슬란드의 <빛이 산산이 부서지면>이 초청됐다.

2. <회색 벌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쟁의 심리적 상흔을 부각 작품이 늘고 있다. 전쟁 발발 직전 돈바스 국경에 남은 두 주민을 그린 이 영화는 그만큼 깊고, 서글프고, 아프다. <토 요일, 아빠는 먼 길을 떠났다>. 카자흐스탄 출신 러시아 여성 감독의 데뷔작이다. 감독의 고향과 비슷한 마을을 배경으로 가족이란 이름의 상처를 돌아본다. <하베스트>. 이 영화를 보는 건 중세 마을에 불시착해 더럽고 무식한 고집불통 집단의 히스테리를 목격하는 것과 같다. 긴장감 끝에 도달한 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3. 영화제에 오기 위해 관객들이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걸 안다. 어지러운 세상과 팍팍한 일상 속에서 영화제가 잠시나마 도피처가 될 수 있기를, 감히 바라본다.

정한석 한국영화 섹션 프로그래머

인서트

1. 상업 영화 신작 출품이 확연히 늘었다. 그 결과 스페셜 프리 미어 섹션이 올해 5편이나 된다. 개막작이 OTT 작품이라는 점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대중적인 한국 상업 영화 신작들이 부산영화 제를 찾는 숫자가 대폭 늘었다는 데 초점을 두어야 맞다. <전,란>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상업영화 기대작 중 한 편이다. 한편, 독립 영화 및 신인 감독의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비전 섹션의 상영작 편수는 올해 다시 12편으로 늘렸다. 2021년부터 12편으로 늘려 운영하다 작년에 전체 편수가 줄면서 10편으로 축소되었다가 올해 다시 늘었 다. 독립영화 및 신인 감독 영화에 보다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올해의 내용상 특징 중 한 가지를 짚자면, ‘다양한 여성 캐릭 터, 뛰어난 여배우들의 출현’이다. ‘올해의 배우상’ 여성 부문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2. 비전 섹션의 <인서트>,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 파노라마 섹션의 <메소드연기>를 추천한다. 세 영화에는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기 식대로 웃긴다는 점이다.

3. “코를 골면 안 되지만, 조금 조는 건 괜찮습니다. 그것도 달콤한 관람의 추억이 됩니다.”

강소원 와이드앵글 섹션 프로그래머

모든 점

1. 한국, 아시아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는 신진 감독들의 야심작이 대거 소개된다. 한국 다큐멘터리의 전통적 트렌드,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진지한 주제 전달 방식에서 벗어난 작품들을 만날 수있다.

2. <모든 점>은 심상치 않은 단편을 만든 이소정의 첫 장편이 다. 세계를 떠도는 사진작가 ’그‘가 ’나‘에게 편지와 필름을 보내오고, 필름에서 노이즈를 발견한 나는 이미지의 기원을 추적한다. 사운드, 이미지, 내레이션의 합주가 빚어낸 한국 다큐멘터리의 새 경지. <공 원에서>는 시네마틱한 산책자 손구용의 신작이다. 오규원의 시 한편과 정물 같은 이미지가 서로 기댄 포즈가 매혹적이다. 홀로는 온전 하지 않고,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압도하지도 않는 세계. 손구용이그 세계에 더 오래 머물길 바란다. <그녀의 이름 씨씨>. 대만의 우판 감독이 베를린에서 만난 중국의 댄서이자 행위예술가 씨씨를 오랫 동안 찍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이가 여성이란 점을 짚지 않더라도 영화의 숏, 리듬, 호흡이 온몸으로 정체성을 뿜어낸다.

3.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찾으려는 관객들을 생각하며 프로그 램을 준비했다. 아직 티켓 여유가 있는 영화제 2주 차를 노려보시길!

정미 커뮤니티 비프 섹션 프로그래머

터미네이터

1.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정말 먼 곳>과 쥘 베른의 SF 소설 시리즈를 빌려 말하자면, “조금 더 먼 곳까지 가보는 경이의 여행”을 떠날 ‘떼거리 탐험대’를 꿈꿨다. 70년대부터 근미래까지 돌아보며 여정을 계속 할 힘을 발견했으면 했다. 에픽하이와 떼창하며 K팝 20 년을, 박찬일 요리사와 부산의 K푸드 변천사를 돌아보고, 한국영화의 미래를 만나고, 어린이들과 미지를 탐험할 길을 열고 싶었다.

2. <수라라이 포트루>. 인도 저가 항공을 개척한 인물의 실화를 통해 하층민을 비상케 한 용기와 열정을 만날 수 있다. <터미네이 터>. 40년 전 전설의 시작을 화학자 겸 소설가인 곽재식과 과학적으로 해부한다. 심지어 무료상영. [블라인드시네마] 프로그램. ‘신형철의 스토리-텔링’ 독자라면, 정확한 사랑을 포기할 수 없다. 정성일 감독과 함께한다.

3. 부산 남포동에는 세상 모든 ‘영원한 청춘’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비프, 영화제의 풍성함을 누릴 수 있는 동네방네비프가 있다. ‘취생몽사 1, 2’에서 풍류를 즐기고 비프광장 폐막축제 ‘남포피날레’ 에서 시민영화퀴즈대회도 도전해 보자. 젊은 날의 나에게 영화가 말을 건네고, 인연과 상상을 선사하고, 과거와 미래의 대화, 일상과 비일상의 체험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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