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처럼 네 챕터로 구성된 <환희의 얼굴>은 다양한 상황에 놓인 환희(정이주)를 보여준다. 선생님을 만나러 온 환희, 지역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환희, 남자의 내밀한 이야기를 듣는 환희, 소설가에게 자신의 애정을 피력하는 환희…. 영화는 환희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듯하면서도 명쾌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관객과 환희 사이의 거리감에 관하여 이제한 감독은 “나 또한 환희라는 인물을 만들 때 환희가 어떤 역사를 지니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모르고 썼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환희의 말과 행동의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지점이 작품 연출에 어려움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한 감독은 이 특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영화 제목을 보고 떠오르는 첫 번째 이미지는 환하게 웃는 누군가의 얼굴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우리가 아는 주인공 환희의 얼굴. 그러나 나는 여전히 궁금했다. 도대체 환희의 얼굴이란 무엇일까. 이 공백 자체가 흥미로워서 잘 담아내고 싶었다.” 이제한 감독은 관객의 주도적이고 자유로운 공감을 위해 내레이션이나 직접적인 대사를 일부러 덜어냈다. “환희를 좇는 과정에서 이 사람의 언행이 이상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오히려 거기에 더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편집 과정에서 환희에 대한 스태프들 의견이 제각각 달랐다. 그 다른 생각들이 너무 좋았다. 이번 영화제에서 의도적인 공백이 잘 전달되면 좋겠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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