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고메스 / 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 / 2024년 / 129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10.09 C1 13:30
미겔 고메스 감독의 <그랜드 투어>는 그가 16mm 필름에 담아낸 동남아 여행의 기록물에서 출발한다. 촬영을 마치기 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장벽을 마주했으나, 셧다운 기간엔 현지 크루들의 도움을 받아 원격으로 촬영을 이어갔다. 1917년, 영국의 공무원 에드워드는 미얀마의 양곤에서 애인 몰리와 결혼할 계획을 세운다. 식을 올리기로 한 날 에드워드는 몰리를 남겨두고 여행을 떠나버린다. 몰리는 에드워드를 따라 ‘그랜드 투어’를 시작해 아시아를 횡단한다. 두 사람의 노정은 태국부터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다양한 곳으로 이어진다. 일부 여행지는 다큐멘터리의 접근 방식을 취했으나 몇몇 국가의 전통과 자연경관은 환상처럼 연출됐다. 두 연인 역시 꿈의 영역으로 들어가듯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자취를 좇게 한다. 129분의 러닝타임 동안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유려하게 넘나들며 <그랜드 투어>는 다양한 감각적인 시도를 꾀한다.
두 연인의 엇갈린 여정을 다루며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는 점에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함께 초청된 지아장커 감독의 <풍류일대>와 비교해봐도 좋을 작품이다. 미겔 고메스 감독의 6번째 장편영화로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