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국제영화제]
BIFF #3호 [프리뷰] 뱀의 길 Serpent’s Path
2024-10-05
글 : 송경원

구로사와 기요시 / 일본, 프랑스 / 114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10.06 L6 16:00 / 10.10 BH 17:00

복수는 대체로 허무의 얼굴을 하고 있다. 다만 허무에 이르기까지 길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다채롭다. 여기 잔혹하게 살해당한 어린 딸의 복수를 다짐한 남자가 있다. 파리 교외에 사는 프리랜서 기자 알베르 (다미엔 보나드)는 일본인 여의사 사요코(시바사키 코우)의 도움을 받아 복수를 수행한다. 사요코가 알베르를 돕는 이유는 불분명하다. 두 사람은 마침내 딸을 납치했던 이들의 의문의 컬트단체와 연결된 사실을 파헤치지만 그 너머 충격적인 진실이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있다. <뱀의 길>은 1998년 구로사와 기요시가 연출한 동명의 영화를 각색,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촬영한 이 영화는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은 동일하지만 컬트 클래식 야쿠자 장르였던 원작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거칠고 잔혹한 폭력이 난무하지만 그 밑에 도사린 냉혹한 기운이 내내 영화를 지배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초연한 악의 가면을 쓴 것 같은 배우 시바사키 코우의 서늘한 연기가 압권이다. 폭력과 복수 이면에 인간의 기만과 타락의 깊이를 파헤치는 매력적인 스릴러. 다가갈수록 점점 더 파악하기 어려운 진실에 대한 영화적 답변이라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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