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라는 건 찰나일 수 있지만 그만큼 잔향이 깊게 남는다. 첫사랑의 의미에 관해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언젠가 하고 싶었고 그게 영화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청설>에서 배우 홍경이 연기한 용준은 도시락 배달을 하다 우연히 마주친 여름에게 첫눈에 반한다. “나 혼자라면 알 수 없을 감정을 여름이를 사랑하면서 경험하고, 그런 용준이를 보며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홍경은 용준을 두고 거듭 “용감한 친구”라고 설명했다. “처음 느끼는 감정을 마주할 때 겁을 먹거나 움츠러들 수 있는데 용준은 끝까지 마음 가는대로 움직였다. 타협하지 않고 온전히 상대를 사랑하는 모습, 여름이가 자신의 감정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을 방법을 이리저리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 번 감탄했다.”
용준이 여름과 소통하는 데에 수화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3개월이란 시간을 들여 수화를 익혔지만 홍경은 단순히 수화를 능숙하게 해내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육성을 활용하면 상대를 바라보지 않고도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수어를 하면 상대와 눈을 맞추며 상대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온 신경을 집중하고 마음을 쏟아야 한다. <청설>은 결국 시간을 들여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 노력하는 이야기이다. 진심을 어떻게 전할 것이냐가 중요했기 때문에 수어를 배운 뒤에는 상대 배우에게 더 집중하려고 했다.”
여름이의 상태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다가가던 어느 날, 용준은 자신을 밀어내는 여름에게 자신의 감정을 쏟아낸다. “누군가를 그렇게 기다리고, 걱정하고, 애달파하는 감정을 용준이는 겁내지 않고 전면으로 받아들이더라. 나라면 그 감정을 인정하는 게 정말 무서웠을 텐데 말이다. 그 장면에서 용준이가 어떤 캐릭터인지 제대로 느꼈고 다시 한번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홍경은 영화 <청설>이 배우로서의 자신에게 지닌 의미 또한 들려주었다. “요즘 20대 배우들이 영화를 통해 자기 세대의 이야기를 할 경로가 많지 않다. 하지만 <청설>은 나와 노윤서 배우, 김민주 배우가 우리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청설>에 참여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던 것이 내겐 큰 의미다. 시간을 쏟은 만큼 나의 마음도 작품에 잘 담긴 것 같아 몽글몽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