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서 배우가 연기한 여름의 세상은 동생 가을(김민주)로 가득하다. 청각 장애를 지닌 수영 선수인 가을을 응원하며 그가 국가대표로 선발돼 올림픽에 출전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여름의 삶에 용준 (홍경)이 틈입한 뒤, 여름의 세상이 차츰 넓어진다. 배우 노윤서가 <청설>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해보고 싶던 청량 로맨스”였기 때문이다. “원작영화의 존재를 몰랐다가 대본을 읽은 뒤 뒤늦게 관람했다. 갈등이나 악인 없이 진정성 있게 살아가는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시나리오에 청량함, 로맨스와 같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소가 전부 들어있어서 출연을 결정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여름이가 "가을이에게 온전히 몰두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노윤서는 “청각 장애를 가진 동생과 살아온 경험이 삶에 어떤 영향을 줬을지, 동생에 대한 여름의 배려가 둘의 관계에 어떻게 작용했는지”에 관해 깊게 고민했다.
한편 여름에게 용준은 어떤 존재였을까. “현실에 치여 연애할 생각이 전혀 없던 여름에게 용준은 솔직하게 마음을 표하며 다가왔다. 어떻게든 만날 기회를 만들고 무엇보다 가을이에게 잘해주는 모습이 여름에겐 좋게 보였을 것이다. 가령 소리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 스피커에 나란히 손을 대는 장면에서도 ‘용준이가 여름이를 위해주고 있구나’라고 생각해 그를 돌아보게 된다.” 여름과 용준의 주된 언어는 수화다. “처음엔 걱정이 많았지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익었다. 준비하면서 수화로 대화하는 신이 있는 영화들, 관련 다큐멘터리들을 열심히 봤다. 또 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이 수어를 할 때 몸을 어떻게 움직이고 표현을 하는지 많이 찾아보며 참고했다.”
여름이가 용준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주저한 건 “그럴 여유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만나면 용준이가 힘들어질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장애가 둘의 관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일까. 배우 노윤서는 원작 영화의 대사를 인용해 대답했다. “‘사랑은 번역이 필요하지 않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라는 원작의 대사가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눈짓 하나, 행동 하나, 때론 눈빛만으로도 사랑을 전부 표현할 수 있다. 내가 <청설>을 찍고 변화한 지점이 있다면 이러한 생각이 더 강화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