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고민의 시간을 끝낸 것은 아끼는 인연들의 손짓이었다. “촬영 감독님, 조명감독님, 미술감독님 모두 <최악의 악>을 함께 했다. 조명 감독님께는 일주일에 두 번씩 안부 문자가 왔다. 결정적으로 <발신제한> 때 함께하며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던 (조)우진이 형의 전화 한 통에 마음이 넘어갔다.” <최악의 악>으로 사나이픽처스를 만난 후 <리볼버>를 거쳐 <강남 비-사이드>에 도달한 지창욱 배우는 어느새 거칠고 낯설기에 더 매력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나이픽처스가 가진 프로덕션의 힘이 있다. 현장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작업 자체도 무척 재밌었다. 무엇보다 그간에 하지 못했던 얼굴들을 찾는 근래의 과정이 굉장히 흥분되고 즐거웠던 작업이었다.”
강남의 어둠을 헤치는 해결사 윤길호는 지창욱 배우의 도회적 세련미와 길거리 인생의 불규칙성을 동시에 품은 듯한 인물이다. 한 자루의 단검으로 적들을 헤쳐나가는 날렵한 액션은 그 대표격이다. 그런데 의외로 지창욱 배우가 꼽은 액션의 주안점은 “몽둥이를 들 것인가, 당구채를 들 것인가”, 요컨대 무기 선택의 문제였다. “액션 이전에 인물의 캐릭터를 만드는 게 더욱 중요했다. 이 인물이 싸우는 이유와 목적이 무기 같은 아이템을 통해 더 명확하게 전달되었으면 했다.” 의상에 서도 윤길호의 삶과 태도가 드러났으면 하는 마음에 “이상하고 위험할 것 같은, 왠지 위화감이 드는” 스타일을 추구했다. “과거 회상 장면에는 무조건 얼굴에 상처를 내고 밴드를 붙였다. 윤길호가 항상 싸우는 길거리의 인물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도록 했다.” 지창욱 배우는 지성보다는 “본능에 충실한” 윤길호의 면모를 강조했다. “작품 속 빌런들이 대단히 밉다. 윤길호는 그런 대상을 한층 더 집요하게 쫓는 사람, ‘와 진짜 엮이고 싶지 않다’ (웃음)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그렇다면 막상막하의 집요함과 추진력을 가진 강동우와의 ‘강 대 강’ 대면은 어땠을까. “강동우와 윤길호 모두 각자에게 소중한 것을 위해 달려가는 인물이다. 목적성은 일치하지만 색깔이 너무 다르다. 물과 기름 같다.” 그런 평행선의 인물들이 각자의 변곡점을 만나는 순간을 기대하라고 지창욱 배우는 권한다. “3화까지는 작품과 인물의 설정값을 소개하는 느낌이다. 4화부터는 더욱 숨 막히는 사건들의 연속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