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뒤몽 /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 111분 / 아이콘 10.07 L2 18:00 / 10.09 L4 20:00
뒤죽박죽 엉망진창. 브루노 뒤몽은 확실히 미쳐있다. 누구와도 겹치지 않는 자신만의 언어를 발산하는 거장은 코믹 어드벤처와 스페이스 오페라의 겉옷을 입어도 남다르다. <더 엠파이어>는 브루노 뒤몽의 영화 세계를 집대성한 농담 같은 결과물이다. 다만 이 농담의 터무니 없는 스케일은 존재를 탐구하는 심연에 가닿는다. <스타워즈>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버무린 것 같은 이 영화에는 두 세력이 등장한다. 세상을 허무로 돌리려는 외계종족 0s과 이들에 맞서 세상을 구하려는 1s의 대립은 시각적인 디자인부터 세계관의 대립까지 층층이 이어진다. 이들의 충돌은 선과 악, 빛과 어둠, 존재와 부재, 육체와 영혼으로 대립에 머물지 않고 복합적인 인간 본성의 심연 앞에 관객을 데려가고, 브루노 뒤몽의 독창적인 연출은 가벼운 농담처럼 핵심을 찌른다. 형이상학적 실존을 탐구하던 <플랑드르> (2006)같은 초기작에서 <릴 퀸퀸>(2014)의 코미디를 지나 <슬랙 베이: 바닷가 마을의 비밀>(2018)의 부조리극을 한층 숙성시킨 끝에 <엠파이어>에 다다른다. 그리하여 가벼움과 깊이의 양면성을 양립시키는 모순의 영화는 마침내 인간의 복잡성에 도달한다. 기분 좋은 혼돈을 어떤 태도로 마주해야 할지 고민에 빠뜨리는, 거장의 우주적 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