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국제영화제]
BIFF #5호 [인터뷰] 두 여왕의 이야기, <보르도에 수감된 여인> 파트리샤 마쥐이 감독
2024-10-07
글 : 박수용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2년 전 부산에서 선보였던 <새턴 볼링장>은 꽤 폭력적인 영화였는데 한국 관객들이 굉장히 잘 받아들여 줬다. 부드러우면서도 부드럽지 않은 이번 영화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된다.” <보르도에 수감된 여인>은 수감된 각자의 남편을 면회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마주친 상류층 여성 알마와 가난한 두 아이의 엄마 미나가 위태로운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작가성의 고착화를 거부하는 듯한 파트리샤 마쥐이 감독의 다채로운 스타일이 낳은 “코미디적인 멜로드라마”이자 “동화에 가까운” 희망적인 계급 우화이다. 파트리샤 마쥐이 감독은 “감정을 드러내고 찾아내는 작업”이 자기 영화의 본령이라 말하며 사회적 반영과 서정의 조화를 강조했다. “두 사람의 진실하면서도 감동적인 우정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공고한 사회적 계층은 결코 변화하지 못하는 역설을 담고자 했다.” 바뀌지 않는 현실을 인식하면서도 영화는 “가난한 사람이 부자에게 자유를 주는” 역전된 관계성을 통해 계층의 정당성에 끈질기게 의문을 던진다. “알마를 정신적으로 옭아매던 그림을 훔침으로써 미나는 남편에 대한 껍데기뿐인 사랑으로부터 알마를 해방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한다.”

수많은 문과 벽이 인물들을 에워싸는 알마의 저택은 두 주인공의 관계를 휘감는 또 다른 감옥처럼 그려진다. 다만 “강렬한 색상”을 사용한 현대적인 면회실과는 반대로 오래된 느낌을 조성하기 위해 저택에는 “조금 더 어두운 조명”을 사용했다. 덕분에 알마의 노란 드레스와 미나의 파란 스웨터 같은 인물의 색감 또한 한층 도드라진다. “이자벨 위페르라는 스타의 영화인 만큼 그에게 많은 색채를 부여했다. 동시에 미나 역의 아프시아 에르지 배우에게도 그만큼의 강렬한 색을 주고자 했다. 미나 또한 한 명의 여왕으로 대접하고 싶었다.” “기념비적인 대배우”라 표현한 이자벨 위페르의 귀족미와 어울리는 꽃집에서의 오프닝 신은 “인물이 아닌 배우를 먼저 인식할 우려”에 준비한 공간이었다. “꽃집 주인의 시선이 우리를 꽃과 거울의 환상적 이미지에서 현실로 되돌려놓는 것처럼, 현실의 이자벨 위페르에게 이야기 속의 알마라는 인물로 변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싶었다.” 관록이 묻어나는 세심한 디렉팅과 다층적인 관계성의 설계가 어우러진 덕분에 “마치 재즈와도 같은” 리듬으로 주도권을 주고받는 두 여성의 애틋한 앙상블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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