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국제영화제]
BIFF #5호 [프리뷰] 아침바다 갈매기는 The Land of Morning Calm
2024-10-07
글 : 박수용 (객원기자)

박이웅 / 한국 / 2024 / 114분 10.07 C1 10:30 / 10.08 C3 15:30

젊은 선원 용수가 물에 빠져 실종된다. 평화로운 어촌 마을은 발칵 뒤집히지만 이내 일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자식을 기다리며 바다만 바라보는 어머니와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하게 된 베트남인 아내,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늙은 선장은 예외다.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실종이 용수의 자의적 선택이었다는 것을 모두 밝힌 채 시작한다. 미스터리 대신 이 영화가 제시하는 볼거리는 받쳐놓은 돌이 빠진 자리에 모난 돌이 들어오며 붕괴하는 공동체의 속살이다. 분노의 이동 경로 위에 소외계층의 현실을 촘촘히 배치한 데뷔작 <불도저에 탄 소녀>에 이어 박이웅 감독은 한국 지방 사회의 현주소를 인물들의 표정 위에 빼곡히 기록한다. 쇠락해 가는 지방 어촌의 폐쇄성, 국제결혼과 이민자를 향한 편견, 맹목적인 모성과 폭력적인 부성의 보완 재로서 이웃의 역할까지 일필휘지로 그려낸다. 여기에 마을의 균열을 사정없이 들쑤시는 배우 윤주상의 열연은 다단한 드라마의 긴장감을 훌륭히 조타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먼바다의 시린 기억이 놓인다. 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하룻밤이나마 재회의 창을 열어주려는, 그렇게 오래 잃은 웃음을 되찾아주려는 순수하고 고마운 마음이 담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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