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오수경의 TVIEW] 파친코 시즌2
2024-10-18
글 : 오수경 (자유기고가)

Apple 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시즌1은 선자(김민하)의 남편 이삭(노상현)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감옥에 가고, 선자와 경희(정은채)가 김치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것에서 끝난다. 시즌2는 동아시아 전쟁을 겪은 선자와 가족들이 오사카에 정착해 살아가는 과거 시점과 경제 호황기 끝물의 일본 사회에서 ‘자이니치’로 살아가는 현재 시점을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여 보여준다. 그런 전개를 통해 드라마는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 앞에 우리를 서게 한다. 정말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 걸까? 죽기 전에 자신을 밀고한 ‘후 목사’(최준영)를 용서한 이삭이 보여준 자비, “역사를 움직이는 톱니바퀴”에 치여 자주 무릎이 꺾이지만 끈질기게 살아낸 선자와 경희가 보여준 생을 향한 묵묵한 의지가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건 아닐까? 또한 드라마는 역사와 인간은 ‘그림자’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 노아(박재준)를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앞만 보고 달리던 한수(이민호)는 결국 자신의 그림자와 같은 과거 때문에 아들을 잃고 후회한다. 예일대를 나와 큰돈을 번 솔로몬(진하)은 일본 주류사회에 정착했다고 생각했지만 ‘2등 시민’으로서 차별당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고 좌절하고 분노한다. 80살 넘어서야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난 선자는 그가 동아시아 전쟁 때 학살에 가담한 ‘전범’임을 알고 절망한다. 결국 선자는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그에게 “과거를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고백하며 작별을 고한다. 고통스럽더라도 자신의 그림자를 놓치지 않으려는 인간만이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파친코>는 저마다의 그림자를 가지고서도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던 존엄한 인간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길고도 가파른 시간을 달려왔나 보다.

check point

<파친코>의 또 하나의 매력은 ‘오프닝’이 아닐까?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제멋대로 춤을 추는 모습은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원작 소설의 첫 문장을 영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오프닝 화면이 뜨면 늘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던 내가 매회 집중해서 오프닝을 본 것은 이 드라마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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