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스타일의 경합과 조화가 생기를 불러내는 옴니버스의 매력, <더 킬러스>
2024-10-23
글 : 조현나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27년 발표한 단편소설 <살인자들>과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스크린을 통해 새롭게 펼쳐진다. <더 킬러스>는 김종관·노덕·장항준·이명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네편의 단편을 모은 옴니버스영화다. 헤밍웨이의 원작이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작품인 만큼 네편의 영화도 킬러가 등장하는 살인극이라는 설정을 비롯한 몇 가지 교집합을 제외하곤 전부 자유롭게 연출됐다. 김종관 감독의 <변신>은 바를 배경으로 바텐더가 숨겨둔 매혹적인 비밀을 탐구한다. 노덕 감독의 <업자들>은 불합리한 하청노동 문제를 다루되 블랙코미디의 외피를 입혀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현실을 지적한다. 밀폐된 술집에서 신원이 불분명한 살인마의 실체를 좇는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내러티브 자체보다 영화의 이미지와 사운드의 가능성을 실험한 이명세 감독의 <무성영화> 모두 네 연출자의 전편에서 봐온 것과는 다른 이면을 확인할 수 있다. 연우진, 홍사빈, 지우, 이반석, 오연아, 장현성, 곽민규, 이재균, 고창석, 김금순 등 작품마다 분위기에 녹아든 배우들의 연기 합이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네 단편에 모두 출연한 배우 심은경은 가히 올해의 발견이라 할 만큼 감독들의 뮤즈로서 다채롭게 외형을 바꿔가며 영화의 중심축을 담당한다. <더 킬러스>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으며 제23회 뉴욕아시아영화제, 제28회 판타지아영화제, 제57회 시체스영화제 등에서 상영된 바 있다. 헤밍웨이의 원작 소설과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먼저 확인한 뒤 <더 킬러스>를 관람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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