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정인(오달수)과 아내 현숙(장영남)은 퇴임 후 한적한 교외로 이사한다. 2층짜리 전원주택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도 잠시. 오후 네시를 알리는 자명종 소리와 함께 이웃집에 산다는 남자(김홍파)가 부부의 집을 찾아오기 시작한다. 무례함을 넘어 기괴하기까지 한 그의 태도는 끝내 예의를 차려 접대하려는 부부를 공황 상태에 빠뜨린다. 벨기에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 <오후 네시>는 관객에게 새로운 종류의 불쾌감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이야기를 구동한다. 대적하는 두 인물의 행동 양식과 자기합리화는 감정적 불쾌를, 채도 낮은 고딕풍 인테리어와 주요 인물의 외양은 시각적 불쾌를 일으키며 심리와 미장센의 질감을 전반적으로 일치시킨다. 다만 오후 네시 사건을 제외한 에피소드 대부분이 ‘시간 때우기용’으로 빈약하게 쓰인 탓에 상영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지루함을 피할 수 없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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