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씨네스코프] 밝고 높게 빛나는 사랑의 온도,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김세인 감독 촬영 현장
2024-10-25
글 : 박수용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지난 2월1일 오후 7시.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의 최상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여의도와 한강이 내려다보인다는 최고급 스위트룸에 괜스레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섰다. 촬영 준비를 위해 분주히 오가는 스태프와 장비들로 가득한 이곳은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의 7, 8화인 <늦은 우기의 바캉스> 7회차 현장. 주인공 영(남윤수)이 데이팅 앱으로 접선한 의문의 남성 하비비(김원중)의 객실을 찾아가는 장면을 촬영했다. 김세인 감독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이어진 이날의 촬영을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단연 ‘집중’이었다.

촬영장의 진지한 분위기는 한정된 촬영 시간이 한몫했다.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김세인 감독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하지만 완성도를 포기할 수는 없다. 두 주인공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감독의 디렉팅은 더욱 자세하고 복잡해졌다. 두 사람이 창가로 다가가는 과정에서는 “어색함과 낯섦이 뒤바뀌며” 관계가 끊임없이 역전되는 듯한 느낌을 주문했다.

영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하비비의 방에 들어선다. <이어지는 땅> <장손> 등을 촬영한 이진근 촬영감독은 이날의 모든 촬영에서 카메라를 직접 짊어진 채 영의 표정과 시선을 좇았다.

마침내 창가에 선 영과 하비비. 둘이 얼굴을 바짝 맞대자 객실의 긴장감이 한층 짙어졌다. “당신 이름은 뭔가요?”(하비비) “고영. 높고 밝게 빛나라.”(영) “별처럼?” (하비비) “아뇨, 핵폭탄처럼. 뉴클리어 웨픈.”(영) 빠듯한 촬영을 무사히 완주한 이날 현장의 에너지와 단합력은 작품과 동료를 향한 사랑을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현장에서 모든 스태프가 활활 타오르듯 진지하게 임해서 정말 이 일을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김원중) 늦은 겨울의 대도시 한가운데에서도 그토록 뜨겁게 빛나는 마음들의 교집합이 있었다.

드디어 두 사람의 첫 만남. 그런데 어째 하비비는 영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멋쩍은 마음에 객실의 양주를 마구 섞어 하비비에게 건네는 영. 여담으로 이날 촬영에 쓰인 폭탄주는 사실 매실주스와 수정과 등으로 만든 달콤한 음료수였다. 테이크마다 연거푸 음료를 ‘원샷’한 남윤수 배우는 취하진 않지만 대신 점점 배가 불러온다며 곤혹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첫 테이크에서는 샴페인을 잘못 터트린 나머지 현장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한 김원중 배우는 이날이 겨우 두 번째 촬영이었다. 그럼에도 베테랑 배우처럼 능숙하게 연기를 이어가던 그는 “모든 스태프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연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모델 일에 비해 연기의 호흡이 길어서 어렵지만 이 또한 매력적이다. 모델의 컨셉은 사진을 찍는 찰나의 순간으로 끝이 난다. 그런데 오늘 출근하면서는 ‘어제도 하비비였는데 오늘도 하비비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김원중)

김세인 감독은 테이크마다 모니터링 데스크가 마련된 안방과 거실을 부지런히 오가며 배우와 스태프의 목소리를 들었다. 영이 탁자에 놓인 하비비의 소지품을 들여다보는 장면에서는 “지갑은 짧게, 여권은 길게” 들여다보면 좋겠다며 남윤수 배우와 세심하게 소통했다. “김세인 감독님의 디렉션은 정말 디테일하다. 매 테이크를 찍을 때마다 변화를 원하는 부분을 세세하게 짚어내주신다.”(남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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