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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좋거나 나쁜 동재>, <마지막 해녀>, <정년이>
2024-10-25
글 : 이유채
글 : 정재현
글 : 조현나

<좋거나 나쁜 동재>

티빙/10부작/연출 박건호/ 출연 이준혁, 박성웅, 현봉식 / 공개 10월1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자기만을 위한 무대에서 주인공 노릇 제대로 하는 ‘우리 동재’.

서동재 검사(이준혁)가 돌아왔다. <비밀의 숲> 시리즈의 스핀오프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 그는 청주지방검찰청 형사1부 소속 부부장으로, 스폰서 검사란 꼬리표가 붙어 번번이 승진에서 밀리는 처지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도 유들유들한 처세술과 악바리 근성으로 살아남아 인생에 해 뜰 날만 기다리던 어느 날, 자신에게 떨어진 단순 교통사고에서 재기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피해자인 주정기(정희태)가 일부러 사고를 내기 위해 가해자 이경학(김상호)이 운영하는 식당 근처를 맴돌았던 정황이 포착된 것. 여기에 대기업 이홍건설의 남완성 대표(박성웅)가 연루됐고 이경학이 살인범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서동재는 소용돌이 속에 휩싸인다.

확실한 팬 서비스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서동재를 주인공으로 다시 보고 싶다는 염원에서 기획된 만큼 그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먼저 승진한 후배 앞에서 태연한 척하고 고까운 선배를 함박웃음으로 떠받들며 살인범 옆에서도 잔꾀를 부리는 등 지금의 동재를 있게 한 특유의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다양한 버전으로 보여준다. 스핀오프에서도 캐릭터의 고유성이 유지되는 데에는 이준혁의 공이 혁혁하다. 맡은 역할을 확고히 장악한 배우의 자신만만한 연기에 힘입어 서동재는 한층 막강한 캐릭터가 됐다. 주인공과 혼연일체된 <좋거나 나쁜 동재>는 블랙코미디의 성격이 짙다. 마냥 정의롭지 않은 검사가 법조계와 경제계 사이의 비리를 파헤치면서 겪는 혼란을 위트 있게 담아내며 부정부패로 곪아버린 한국 사회의 내핵으로 가뿐한 진입을 시도한다. 지난 10월14일에 시작해 매주 2회씩 공개 중인 10부작이며 <비밀의 숲>을 쓴 이수연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이유채

<마지막 해녀들>

Apple TV+/ 감독 수 킴 / 제작 수 킴, 말랄라 유사프자이, 에리카 케나르 / 공개 10월1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아무도 우리에게 해녀의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자신이 택한 직업이 단순한 생계유지 수단을 넘어 분명한 의미와 목적이 존재한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적어도 <마지막 해녀들> 속 해녀들은 그 희박한 일군에 속한다. 이들은 영화 초반 “해녀가 된다는 것은 소명”이라는 숭고한 고백을 내보인 후 “우리는 수백년 동안 바다를 지켜왔다”며 선대 여성들의 자취를 자신들의 역사로 땋아 잇는다. <마지막 해녀들>은 해녀 종사자 수가 점차 사라지는 시대에 여전히 물질을 하며 직업적 성취와 긍지를 이어가는 제주와 거제의 해녀들을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영화에 등장하는 70대 해녀나 30대 해녀나 직업의 명맥이 이어지기 어려운 현실을 동일하게 근심한다. 또한 이들의 염려는 죽음과 상해 위협에 면해 있는 직업의 근로·복지 조건, 후쿠시마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 결정이 초래할 생태 파괴까지 가닿는다. 대한민국 해녀사의 기술로도, 육체노동의 사회학적 연구로도, 심지어 여성학 통계조사로도 탁월한 작품이다. /정재현

<정년이>

티빙, 디즈니+ / 9부작 / 연출 정지인 / 출연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 우다비/ 공개 10월12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무대

목포에서 가족과 생선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정년이(김태리)는 동네의 소리꾼으로 유명하다. 서울 매란국극단의 주역 배우 옥경(정은채)은 지방 공연차 목포에 왔다가 우연히 정년이의 소리를 듣는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옥경이 직접 정년에게 연기와 춤을 가르치고 상경한 정년은 오디션을 통과해 매란국극단의 연습생이 된다. 옥경의 총애가 족쇄가 되어 다른 연습생들로부터 시기를 받지만 와중에도 첫 무대 <춘향전>에 올라 방자 역을 훌륭히 소화한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정년이>는 드라마화되면서 정년이를 중심으로 매란국극단 소속 캐릭터들의 서사를 강화했다. 정년의 엄마 용례(문소리)와 매란국극단 단장 소복(라미란)의 관계는 동료와 라이벌 사이를 오가는 정년과 영서(신예은)의 관계로 자연스럽게 대치된다. 실패하고 시기하고 그럼에도 서로를 믿고 이끌어주는 여성들의 이야기엔 외면할 수 없는 힘이 있다. /조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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