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중인 레즈비언 커플 선우(손수현)와 희서(박가영)에게 몇겹의 시련이 닥친다. 아래층 집에선 이상한 악취가 올라와 신경을 건드리고, 선우의 불안정한 경제력은 언제나 둘 사이의 나쁜 긴장감을 초래한다. 자신들의 상황을 가족들에게조차 숨겨야 하는 동성 커플의 곤란함 역시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즉 이 커플은 대개의 연인이 겪는 보편적인 심리적 갈등에 더하여 한국 사회가 가하는 구조적 문제까지 버텨내야 한다. <시국페미> <우리는 매일매일> 등 화제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강유가람 감독의 첫 번째 극영화 <럭키, 아파트>는 어느 연인의 일대기를 통해 섬세한 감정선을 부여하는 동시에 감독이 꾸준히 주목해왔던 사회적 문제를 적절히 결부한다. ‘불편하다’라는 단어를 오용하며 사회 소수자를 혐오하고 불평등을 조장하는 사람들의 민낯을 표면에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도 손을 잡고 나아가려는 선우와 희서,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더욱더 귀해 보인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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