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은 어떤 섹스가 하고 싶어요?”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질문을 2024년이 아닌, 성(性)이 금기시되던 1992년에 들었다면 어떨까? 금제시 작은 마을에 사는, 이름 그대로 ‘정숙’한 여성 한정숙(김소연)이라면 곤란한 미소를 짓고 눈을 피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판타지 란제리’라는 이름의 성인용품 방문판매를 시작한다. 정숙 외에 4명의 아이를 출산하고 생계 때문에 나선 서영복(김선영)과 ‘신여성’으로 살길 원했으나 결국 ‘약국 사모님’으로 불리는 오금희(김성령)와 혼자 아이를 키우며 미장원을 운영하는 ‘차밍 미장원’ 사장 이주리(이세희)가 가세하여 ‘방판 시스터즈’가 결성된다. 이들의 활동은 시작하자마자 한동네에서 오래 알고 지낸 ‘가족’ 같은 이웃, 심지어 가족에게도 배척당한다. “민망한 물건”을 판다며 매춘 업소로 신고당하거나 담벼락 낙서 테러를 당하거나 “더럽고 역겹다”는 말을 면전에서 듣기도 한다. 그래도 ‘방판 시스터즈’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 수모를 당하고도 생각을 고치지 않는다”라고 타박하는 마을 주민들에게 정숙은 차분하고도 단호하게 묻는다. “제가 어떤 생각을 고쳐야 할까요?” 그렇다. 고쳐야 할 것은 당시 사회의, 여성을 ‘집’에 가두고 길들여온 가부장제의 생각이다. JTBC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는 서로 이해하고 연대하며 꿈을 발견하는 여성들의 ‘성장기’에 그치지 않는다. ‘방판 시스터즈’의 이야기가 가족 중심의 권위주의 시대에서 자유롭고 다양한 개인들의 시대로 넘어가던 ‘90년대’라는 시간 속에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드라마에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무대처럼 어떤 시도는 “시대를 앞서간 느낌” 때문에 저항에 부딪히지만 곧 그 시차를 극복하고 대세가 된다. 1992년 금제시에서는 ‘방판 시스터즈’가 ‘서태지와 아이들’인 것이다.
check point
딜도, 바이브레이터, 콘돔, 섹스 중 한 글자는 ‘묵음’으로 처리된다. 재미를 위한 설정인지, 심의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설정이 ‘1992년’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생각하게 한다. ‘포괄적 성교육’이 교육 현장에서 부당하게 퇴출되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청소년 유해 도서’로 분류되는 이상한 시대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