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ulture stage] 햄릿
2024-11-08
글 : 조현나

마침내 조승우의 <햄릿>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햄릿>은 <그을린 사랑>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담당한 연출가 신유청이 참여하고 배우 조승우의 연기 경력 24년 만의 연극 데뷔작이란 점에서 일찍이 주목받았다. 조승우 외 박성근, 정재은, 김영민, 전국환, 김종구, 이남희 등 화려한 원캐스트 출연진을 꾸려 23번의 공연을 올린다. 덴마크 왕자 햄릿은 선왕이 서거한 뒤 어머니 거트루드가 숙부 클로디어스와 재혼한 상황에 혼란스러워한다. 선왕 유령의 전언으로 그의 죽음이 클로디어스의 계략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 후 복수를 계획한다.

<햄릿>은 복수극으로 통칭되지만 보복이라는 결과보다는 칼날을 겨누는 최후의 순간까지 끝없이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햄릿의 내면을 더 중요하게 그린다. 그의 고뇌는 ‘복수를 하되 마음은 더럽히지 말라’는 선왕 유령의 명에서 비롯됐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라며 괴로워하던 햄릿은 죽음으로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악의 파장을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후 후회 없이 몸을 던진다. 이번 작품에선 동명의 다른 극들에 비해 햄릿의 비중이 커졌다는 인상이다. 분량 차이가 심화됐다기보다 햄릿을 중심으로 전체 인물을 재배치한 것에 가깝다. 가령 햄릿이 유일하게 신뢰하는 호레이쇼와의 관계는 더 결속되고 클로디어스왕과의 대립은 강화됐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클로디어스왕은 방백으로라도 죄를 쉽게 고백하지 않는다. 선왕의 죽음을 다룬 극중극을 보고 클로디어스가 당황하는 장면이 더 극적으로 전개되며 햄릿의 분노를 추동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클로디어스를 비롯한 인물들의 욕망은 방향성이 더 명확해진 반면 햄릿은 요동치는 감정을 그대로 내비치며 최후의 순간까지 삶과 죽음, 죄의식과 양심 사이에서 고뇌한다. 요컨대 햄릿을 더 적극적으로 전면에 내세운 뒤 그를 경유해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 책임감과 양심 등을 되새겼다는 점에서 이번 연극 <햄릿>은 고전을 새롭게 해석할 좋은 지침서가 된다.

기간 10월18일(금)~11월17일(일)

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시간 화·수·금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3시, 월·목 공연 없음

등급 중학생이상관람가

사진제공 예술의전당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