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 막시무스(러셀 크로)의 아들 루시우스는 전장에서의 복수를 꿈꾸며 콜로세움에 모습을 드러낸다. 적의 움직임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루시우스는 영화 <애프터썬>, 드라마 <노멀 피플>에서 폴 메스칼이 연기해온 캐릭터와 완전히 다르고, 폴 메스칼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작품에 끌렸다”고 말한다.
- 액션영화의 주인공들은 남성성에 관한 고정관념에 얽매이곤 한다. <글래디에이터 Ⅱ>에서의 본인 역할이 할리우드의 남성 캐릭터에 대한 관점이 변화했음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나.
루시우스는 전통적인 주연에 가깝다. 그래서 큰 변화가 있기보다는 그것을 다시 상기시키는 것에 가깝다. 배우로서의 내 역할은 내가 익숙한 남성성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맡은 인물에 필요한 남성성을 연기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성격의 남성 캐릭터를 연기해왔는데 그 과정이 즐거웠고 이는 남성이라는 존재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루시우스는 전통적인 영웅으로 그려진다. 액션물의 관습 중 어떤 것을 수용하고자 했나.
권위감이다. 권위감은 연기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렵고 신체에서 실제로 느껴져야 하는데 예전에 운동을 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새롭게 시도한 부분도 있다. 나는 간결한 스타일의 연기를 좋아해서 루시우스가 그저 조용히 서 있거나 침묵 속에서 감정을 채워나가는 방식의 연기에 도전했다. 액션물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방식이지만 이를 통해 관객들이 루시우스에게 다양한 감정을 투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이전의 작업에서 얻은 경험을 <글래디에이터 Ⅱ>와 같은 대작에 활용할 수 있어 뜻깊었다.
- 루시우스와 막시무스의 관계를 드러내기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각본이 둘의 관계를 충분히 담고 있어서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영화에도 막시무스의 DNA가 루시우스에게 어떤 식으로 이어졌는지 잘 보여준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오히려 루시우스와 막시무스의 차별성을 찾는 것이었다. 둘은 확실히 다른 인물이고, 둘을 추동시키는 동기도 다르기 때문에 그 점에 집중했다.
- 극 중 고난을 겪는 루시우스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루시우스는 신체적 트라우마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트라우마까지 겪는다.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 또한 그를 복잡한 면모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결과적으로 루시우스가 복잡한 내면을 가진 주인공으로서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 익힌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표현하려고 했다.
- 고강도의 액션신 CG 작업으로 처리돼 상상하며 수행해야 하는 액션이 많았을 것 같다.
이런 액션을 해본 건 처음이었지만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다. 하지만 액션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선 체력적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했고 액션의 움직임도 숙달되어야 했다. CG 처리된 장면의 경우 다행히 가상의 존재와 싸우는 게 아니라 실제 스턴트맨들, 혹은 상대의 크기에 맞게 제작된 원격 조종 모형이 있어서 몰입하기가 어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