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노예가 된 루시우스(폴 메스칼)가 검투사가 되어 콜로세움에 설 수 있었던 건 검투사들의 주인이자 상인인 마크리누스(덴절 워싱턴) 덕분이다. 광기에 사로잡힌 두 황제의 입안의 혀처럼 굴던 마크리누스는 루시우스를 앞세워 서서히 자신의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덴절 워싱턴은 <아메리칸 갱스터> 이후 리들리 스콧 감독과 오랜만에 합을 맞추며 역사적 인물이 아닌 자신만의 “새로운 마크리누스를 창조했다"고 전했다.
에이전트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신작을 준비 중이고 대본을 보낼 것이다”라고 알려주었고, 리들리 스콧 감독도 직접 연락을 준 것으로 기억한다.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리들리 스콧 감독과 <아메리칸 갱스터>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은 적이 있기에 그의 신작 <글래디에이터 Ⅱ>라는 것만으로도 작품에 참여할 이유는 충분했다. 대본도 훌륭했기에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 출연을 결심한 후 전작 <글래디에이터>에서 새롭게 참고한 부분이 있나.
이번 영화를 준비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일부러 다시 보지 않았다. <글래디에이터>를 본 게 약 20년 전이고 무척 훌륭한 작품이라는 건 알지만, 이번엔 의도적으로 다시 보지 않았다.
- 처음엔 마크리누스가 루시우스의 지지자가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갈수록 자신의 야망을 드러낸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집중한 부분이 있다면.
마크리누스는 ‘거짓말쟁이 악마’ 같은 존재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든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다. 악마가 인간을 유혹할 때 처음에는 아름다운 것들, 즉 ‘이 세상이 네 것이 될 수 있다’라는 환상을 보여주지 않나. 마크리누스는 그런 악마에게 현혹되기라도 한 것처럼 세상이 제 것이 되기를 바라며 자신의 목표를 위해 무엇이든 행한다.
- 마크리누스가 루시우스에게 관심을 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마크리누스는 사실 누구에게도 진정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루시우스나 두 황제에게도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그들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할 생각뿐이다. 그는 철저히 이기적이다.
- 가진 힘을 과시하듯 마크리누스의 복장이 무척 화려하다. 마크리누스의 의상, 메이크업에 관해 제작진과 어떤 논의를 거쳤나.
마크리누스는 문자 그대로 자신의 욕망을 몸에 두르고 다니는 사람이라 장신구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온갖 보석으로 치장한 팔과 손가락에는 세상을 지배할 정도의 거대한 권력을 얻고 싶다는 욕망, 자신이 가진 힘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이 그대로 담겨 있다.
- <글래디에이터 Ⅱ> 촬영 전 가장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나. 촬영을 마친 후에는 그 기대가 충족되었다고 느끼나.
나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내가 맡은 역할을 잘해내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단순히 좋은 영화가 아닌, 정말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글래디에이터 Ⅱ>는 대담하고 폭력적이며 야심차다.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