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치기 어린 낙관은 첫사랑 추억의 동의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025-02-19
글 : 정재현

히딩크호의 파죽지세로 전국이 들끓던 2002년 여름. 동춘천고등학교 2학년 3반 진우(진영)와 친구들은 열병 같은 청춘의 한때를 보낸다. 친구들의 시선은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반장 선아(다현)에게 온통 쏠려 있지만 진우는 친구들의 첫사랑 열풍에 무심한 듯 보인다. 어느 날 진우는 체벌받을 상황에 놓인 선아를 돕는다. 위기를 모면한 선아는 고마운 마음에 진우에게 공부를 향한 열의를 불어넣는다. 진우는 선아로 인해 공부의 즐거움을 깨닫고, 선아는 진우로 인해 순종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렇게 둘은 고2, 고3 그리고 20살까지 사랑과 우정 사이의 간질간질한 감정을 나누며 서로의 곁을 맴돈다. 그리고 진우는 자신의 마음을 선아에게 적시에 표현할 기회를 도모한다.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동명의 대만 청춘영화가 원작이다. 원작과 한국판은 큰 줄기와 세부 구성을 유사하게 공유하기 때문에 원작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를 반갑게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향한 치기 어린 낙관 또한 진우를 포함한 캐릭터 전체에 고루 깔려 있다. 이 점이 영화를 지나치게 순박해 보이도록 만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가 품은 해맑은 긍정성은 첫사랑 로맨스물이 응당 지녀 마땅한 미덕을 그대로 수행하려는 연출적 선택으로 다가온다. 제작 국가가 바뀐 만큼 한국식으로 로컬라이징된 여러 설정들이 영화가 배경으로 하는 시대와 지역 모두에 적절히 녹아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인기를 끌던 음악, 유행어 등을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응답하라> 시리즈를 감상할 때와 같은 익숙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편영화 <202 201> 등으로 주목받은 조영명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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