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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에 흑사병으로 가족을 잃은 미켈란젤로 메리시는 평생 고향을 잊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며 ‘카라바조’라는 예명을 사용한다. 극적인 명암 대비와 현실적인 묘사에 집착하는 독창적인 화법은 추기경의 눈에 띄는 행운을 안겨준다. 하지만 예배당이 그의 예술적 본성과 맞지 않았던 걸까? 실제 죄인을 모델로 삼아 성인을 그리는 작업 방식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독보적인 솜씨로 세간의 의심을 잠재우는 것도 잠시, 평생 그를 괴롭혔던 고질적인 불안증은 끝내 살인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죄로 이어진다. <카라바조. 영혼과 피>는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이탈리아 3대 화가로 꼽히는 카라바조의 파란만장한 삶을 되돌아본다. 밀라노, 피렌체, 로마 등 다섯 도시에 흩어진 그의 작품들이 화면을 채워간다. 일렁이는 디지털아트로 재현된 카라바조의 걸작들은 그의 삶에 대한 기존의 시선을 보란 듯이 전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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