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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드는 이 감독(이갑선)은 새 각본을 집필 중이다. 작업실에 놀러온 친구와 함께 영화에 의견을 달리하며 노닥거리던 이 감독은 산책하러 나간다. 친구는 불현듯 근처 사는 작가를 소개해주겠다며 이 감독의 발길을 이 작가(이호성)의 거처로 돌린다. 기분 좋게 술잔을 나누다 언짢은 기색이 섞이며 자리를 파하고 얼마 뒤, 작가의 딸(이호진)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 감독 앞으로 남긴 미완의 원고를 전하며 그것이 ‘몽유도원’에 관한 글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 감독은 그 후로도 계속 서울의 거리를 산책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몽유도원>은 뚜렷한 내러티브 없이 서울 종로 인근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발길을 따라 흘러가는 일종의 로드무비다. 영화 전반에 걸쳐 회화, 문학, 철학, 영화를 아우르는 사색이 인물의 대사를 통해 직접 전달된다. 산발적으로 인용된 위대한 예술가들의 언어보다 <몽유도원>에서 빛나는 것은 창작 그 자체를 향한 이 영화의 순수한 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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