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챔피언>의 맛깔나는 조연들
2002-06-25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를 기억하시나요?

<친구>와 마찬가지로 <챔피언> 역시 맛깔나는 조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득구의 가장 친한 친구인 이상봉 역으로 출연한 무술감독 정두홍. ‘비중있는 조연’으로서의 출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피도 눈물도 없이>의 ‘침묵맨’에 비한다면 상당한 분량의 대사와 발음꼬이는 취중연기까지 요구되는 꽤 난이도 높은 배역. 뺀질뺀질하지만 시종일관 어리버리한 웃음을 선사하는 동양챔피언 박종팔 역의 김병서는 ‘NG대왕’의 오명을 얻기도 했지만 김현치 코치(윤승원)에게 몽둥이 세례를 당하는 신에서는 “좀더 리얼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보호대도 없이 촬영을 진행하는 열성을 보여줬다고. 충청도 사투리 구수한 황준석 역의 지대한은 <친구>에서 차상곤(이재용)의 보디가드로 나이트클럽에 유오성을 데리고 오던 그 배우다.

김병서와 지대한은 늘 세트로 등장하는데다 코믹부분을 책임지다보니 둘 사이에는 남모르는 긴장이 유발되기도 했다. 평소에는 친한 선후배지만 혹시 김병서가 버벅거리는 대사라도 있으면 상황만 바꿔서 대사의 주인공이 바로 지대한으로 교체되는 운명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

터미날 ‘양아치삼총사’ 중 ‘바가지머리 총각’ 역의 유병석은 사실 직업배우가 아니다. <친구>의 제작실장이었고 현재도 충무로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는 그는 <친구>에서는 롤러장에서 유오성 패거리와 싸우던 여드름투성이의 깡패 학생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김득구를 돌려차기로 가격하는 장면에 이르자 촬영장에서는 “롤러장에서는 실컷 맞더니만 이제 한풀이 하냐!”는 말이 나왔다고.

왼쪽부터 지대한, 곽인완, 박광일

김득구가 경미 아버지를 찾아간 교회에서 옆자리에 앉아 눈치를 주던 한 신도는 바로 <친구>에서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하며 학생들을 열나게 패던 바로 그 선생님. 부산사투리 영어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영어선생님이자 현재 진인사필름의 대표인 양준경은 복덕방 주인으로 출연했는데 편집본에서 잘려나가는 불운을 맞기도 했다. 동양챔피언 김득구가 고향으로 금의환향했을 때 등장하는 고성군수 역은 곽경택 감독의 아버지 곽인완씨가 맡았고 김득구의 이복큰형은 김창래 조감독이, 김득구가 유치장에 들어갔던 날 술취해서 뒤에 누워 있던 아저씨는 동시녹음기사 안상호였고, 미국 프로모터와의 미팅신에서 통역자 역할은 현장편집기사 박광일이 맡아 영어실력을 뽐냈다.

아, 혹시 축구중계방송 장면에서 캐스터들 사이에 앉아 묵묵히 ‘V’ 그리던 특이하게 생긴 아저씨가 궁금한가. 할 일없는 백수처럼 보이는 이 연기자는 사실 동아대 신경외과 교수인 최휴진이다. 지금은 동아대 척추센터소장으로 일하며 산재환자들의 권익에 앞장서는 한편, 부산시 영상위원회에도 몸담고 있는 이 의사선생님은 곽 감독과 <닥터K> 때 인연을 맺었다. <친구> 외에도 <리베라 메> <재밌는 영화>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그는 “의사 배장수”라 할 만큼 넘치는 끼를 주체 못하는 성격. 경기장 단역으로 출연해줄 수 있느냐고 제의했을 때 그는 ‘나한테 딱이다! 딱이다!’를 연발하고 기꺼이 휴가를 내서 촬영장으로 올라왔다. 그러나 병원쪽에는 차마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링 닥터’로 출연할 것이라 보고했다고.▶ 챔피언 / 백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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