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해맑은 다림이의 웃음보다 죽음을 준비하는 정원의 담담한 눈매보다 더 가슴에 박혀 있는 뒷모습. VTR작동법을 아들에게 묻고 또 묻던 아버지의 서투른 손동작. 허진호 감독의 신작 <봄날은 간다>에서 만나는 아버지 역시 다르지 않다. 소리를 채집하는 아들(유지태)이 이혼녀(이영애)와의 아픈 사랑으로 봄날을 떠나보내고 있을 때, 죽은 아내를 잊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쓸쓸한 아버지 박인환. <조용한 가족>에서는 다소 엽기적인 가장 역할을 해낸 박인환은, 에서 신구가 그랬던 것처럼 <봄날은 간다>의 젊은 사랑의 뒤켠에서 우리 가슴을 더 아릿하게 만들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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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당신의 외로운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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