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젊은 연기자상을 차지한 문소리(28) 씨의 데뷔작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 당시 문씨는 성균관대 교육학과 학생시절이었고, 대학 동아리 연극에 출연한 정도가 고작인 ‘진짜 신인’이었다. 하지만 데뷔작에서 그는 하얗고 알싸한 박하사탕 같은 느낌의 첫사랑 순임의 감성을 제대로 표현하며 주목받았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던 문씨는 연기욕심 많기로 유명하다. 판소리를 배운다고 1년 정도 지방에 내려가 있기도 했으며 연극활동을 위해 1년 간 대학을 휴학하기도 했다.
이런 ‘욕심’은 <오아시스>에서 더욱 빛났다.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인 한공주역을 맡게 되면서 그가 보여준 필사적 노력으로 이어졌다. “한국 뿐 아니라 외국의 어떤 배우도 엄두 내기 힘든 역”이었던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인 한공주역을 위해 그는 반 년 가까이 사지 뒤틀기 연습과 연기를 하며 장애인의 감성을 표현하려 애썼다. 수상 뒤 베니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씨는 “‘지금 모습이 연기이고 영화 속의 모습이 진짜 모습이다’라고 말하라는 농담도 들었다. 뇌성마비 장애인들과 편한 친구가 되려고 노력한 끝에 실제로 편안한 친구가 됐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이 상을 다 잊고 다시 <오아시스>를 찍던 마음자세로 영화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 2년 간 <박하사탕>의 좋은 평가에도 문씨는 배우로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단편영화 6편에 출연한 게 고작이다. 그러나 문씨는 두 번째 장편영화로 주요 국제영화제의 연기상을 수상함으로써 도약의 디딤돌에 올라서게 됐다.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