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망똘망’하다는 말이 이 배우를 보고 만들어진 게 아닐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표정도, 목소리도, 연기도, 똘망똘망한 방년 열여섯의 뽀송뽀송한 이 소녀는 <연애소설>에서 차태현의 동생으로 등장한 문근영이다. “어렸을 적부터 하고 싶은 게 많았어요. 초등학교 3학년 학예회 때 처음으로 연극을 했는데 너무 신나고 재밌더라구요. 그래서 6학년 때부터 연기학원을 다녔어요.” 제과CF, 단역을 거쳐 <누룽지선생과 감자 일곱개>라는 어린이드라마를 통해 어린이팬을 확보하기도 했던 그는 99년 최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길위에서>를 통해 처음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오디션을 봤어요. 다큐멘터리라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은데 세계평화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고…. 사실 분단된 나라가 우리밖에 없잖아요. 의미있는 일 같았어요. 판문점도 처음 가봤구요.”
물론 문근영의 얼굴을 제일 널리 알린 건 송혜교의 아역인 ‘어린 은서’로 출연했던 <가을동화>. “그전까진 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가을동화> 했을 땐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지고, 친구들이 다르게 보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근영이는 근영이구나, 다시 친하게들 지내요. 요즘은 ‘첩보작전’처럼 친구들하고 막 숨어다니고 그러는데 재밌어요.” <가을동화> 이후엔 <명성황후>의 아역뿐 아니라 <가슴앓이> 등 뮤직비디오 출연도 잦았고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두 번째 영화 <연애소설>을 선택하게 되었다.
“도서대여점 오빠(김남진)를 짝사랑하는 지윤 역에 대해 감독님은 근영이 또래같이 하면 된다고 했어요. 하나의 캐릭터라기보다는 또래 소녀들같이 하면 된다고…. 그래서 쉽다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더라구요.” 자연스러워야 할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며 그는 처음으로 “연기가 어렵구나”라고 생각했다. “<연애소설> 안엔 하나의 사랑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태현 오빠, 은주 언니의 사랑이 있는가 하면 나와 남진 오빠의 사랑도 있고 은주 언니와 예진 언니의 친구로서의 사랑도 있는 거고…. 그런 여러 가지 사랑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어요. 대본으로 봤을 때보다 영화로 봤을 때, 정말 행복했고 내가 이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뿌듯해요.”
수학도 좋아하고, 체육도 좋아하고, 한의사도 되고 싶고, 공부 욕심이 많아서 공부도 꾸준히 하고 싶다는 이 말괄량이 아가씨에겐 욕심만큼이나 일도 끊이지 않는다. “<가을동화>가 히트한 대만쪽에서도 주인공으로 콜이 오고, 한국영화도 몇개 보고 있어서 9월 안에는 다음 작품을 결정할 것”이라는 것이 매니저의 귀띔. “연기가 왜 재밌나구요? 음∼ 예쁘고 멋진 언니오빠들도 보고, 예쁜 옷도 입고, 아! 일이 있으면 서울에 한번씩 오니까, 그게 소풍같아서요….” 이제 고향 광주에서 서울나들이 나서는 날이 더욱 많아질 소녀의 소풍가방이, 질좋은 준비물들로, 더 많은 가능성들로 가득가득 채워져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