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살인의 추억> 촬영현장
2002-11-06
글 : 이영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전남 해남군 황산면의 너른 갈대밭에 카메라를 드리운 <살인의 추억> 찰영현장. 극중 서태윤 형사(김상경)가 80여명의 전경들을 몰고서 갈대밭의 사체를 수색하는 장면이다. 간단한 부감 숏이라 여길 수 있지만 김형구(43) 촬영감독은 다음 장면까지 계산에 넣어두고 있다. 도로변에 세워진 차량에 기대어 박두만 형사(송강호)와 그의 수족인 조용구 형사(김뢰하)가 실뜨기 놀이를 하다 서 형사가 사체를 발견한 것을 알아채고 소스라치는 장면의 속도까지 감안해야 하는 것. <플란더스의 개>에서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선보였던 봉준호 감독은 꼼꼼한 콘티를 현장에서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촬영이 시작되기 전 이미 김 촬영감독과 카메라 앵글, 동선에 대한 협의를 끝낸 상태였지만, 실제 다음 장면 촬영에 들어가자 사체가 자극하는 구토를 앞에 두고 형사들의 먹이를 놓쳤다는 낭패감과 범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훼손하지 않고 한숏 안에 고스란히 담기 위해 고심하는 눈치였다. 유유자적하던 송강호 역시 감정이 흐트러질까봐 실제 촬영에 들어가선 취재진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지 말라”며 겁을 주기도 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살인의 추억>은 봉 감독에 따르면 ‘농촌스릴러’다. 기존 스릴러 장르와 차별성을 갖겠다는 감독의 명명이자 각오다. 범인을 잡기 위해 직감의 박두만과 분석의 서태윤이 벌이는 줄다리기가 공포스런 상황 아래서 유머러스하게 펼쳐지는 것이 전반부. 이후 이들의 갈등이 줄어들고 과연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파국으로 스토리는 전진한다. 내년 봄께 개봉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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