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팬시댄스>
2001-04-17
시사실/ 팬시댄스

수오 마사유키의 영화들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소개되고 있다. 한국에 첫선을 보인 작품이 <쉘 위 댄스>(1997)이고, 그 다음이 <으랏차차 스모부>(1992)이며, 마지막 주자가 <팬시댄스>(1989)이다. 시간을 거슬러서 감상하는 재미는 수오 마사유키 군단(모토키 마사히로, 다케나카 나오토, 다구치 히로유키)으로 불리는 배우들의 ‘그때 그 모습’ 그리고 변치 않는 수오 감독의 ‘초심’과 조우할 수 있다는 것. 댄스교습소로, 스모장으로, 산사로, 공간을 바꿔 이야기를 변주하고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우연한 계기로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어 인생의 참된 즐거움을 발견한다’는 핵심은 한결같다. 그런 고전적이고 심플한 메시지를 대중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키는 감독의 만듦새도 새삼 경탄스럽다.

“이 길은 멀고 험한 길, 왜 넌 이를 악물고 가려고 하지?” 입산 직전, 요헤이는 고별무대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고는 스스로 답한다. “이 길밖에 없잖아.”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렇다면 받아들여라, 즐겁게 살라’는 감독의 따뜻한 충고다. 그런 의미에서 <팬시댄스>는 일종의 성장영화다. ‘잿밥’에 눈이 멀었거나, 부모에게 등떠밀려 산사를 찾은 청춘들. ‘금욕’은 자유분방하고 혈기왕성한 그들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덕목이고, 수행의 길은 당연히 멀고 험하다. 군대의 신병 훈련을 방불케 하는 엄격하고 고된 일상 속에서 그들은 일탈을 꿈꾸고, 때마다 크고 작은 소동을 빚는다. 공무와 사고와 체벌이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이 쌓일 때쯤 그들은 달라져 있다. 낯선 세계, 불확실한 미래지만, 그 속에서 ‘자아’와 인생을 만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수오 감독은 가장 일본적인 공간을 찾아 가장 일본적인 감독인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경배를 담곤 하는데, 이번엔 특히 좌선하고 불공드리는 모습 대부분을 다다미숏으로 촬영했다. 오카노 레이코의 동명만화가 원작. 일본 불교 의식을 공들여 소개하면서도, 재치있는 말장난과 슬랩스틱 코미디를 버무려 넣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박은영 기자 cine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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