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새해 영화계 멜로영화 ‘붐’
2002-12-23

새해 영화계의 화두는 ‘순수’? ‘조폭’ 영화의 기나긴 전성기를 거치고 있는 극장가에 ‘순수한 사랑’을 내세우는 한국영화들이 잇따라 관객들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대부분 20억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어지는 이들 영화는 그동안 컴퓨터 그래픽과 자극적인 화면, 듣기 불쾌한 육두문자에 지친 관객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하반기 <가문의 영광>이 보여준 ‘조폭’ 영화의 건재와 최근 불기 시작한 ‘섹스 코미디’ 바람 속에 ‘순수’를 콘셉트로 하는 이들 영화가 어느 정도 성공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중 제일 먼저 관객들을 만나는 영화는 1월 10일 개봉하는 조인성, 신민아 주연의 <마들렌>(감독 박광춘, 제작 프리시네마). ‘파인 로맨스(Fine Romance)’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이 영화는 20대 중반의 남녀가 펼쳐내는 맑고 순수한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천천히 삶의 순간순간을 느끼며 살고싶다’는 소설가 지망생 지석과 ‘인생을 100m달리기처럼 빨리 달리고 싶다’는 헤어디자이너 희진의 사랑을 과장없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퇴마록>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말을 생겨나게한 박광춘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의도를 밝혔다. 때묻지 않은 이미지의 조인성과 신민아를 내세운 이유도 ‘순수’한 주인공들에 잘 맞기 때문.

안재욱, 이은주 주연의 <하늘정원>(감독 이동현, 제작 두손드림 픽쳐스)도 ‘휴먼 멜로’를 표방하는 영화.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웃음을 잃고 살아가던 의사 오성과 중병에 걸렸지만 밝고 명랑한 광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영주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멜로영화 <연애소설>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던 이한 감독이 시나리오를 맡았으며 CF감독 출신인 이동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광고에서 보여줬던 감각적인 영상을 스크린에 그려낸다.

내년 1월 24일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클래식>(감독 곽재용, 제작 에그필름)은 ‘클래식’한 사랑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조승우, 조인성, 손예진 주연의 이 영화는 요즘 남녀 대학생들의 사랑과 70년대 초반 학창시절을 보낸 부모 세대의 연애담을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미 90년대 초반 <비오는 날의 수채화>(1,2)로 청춘영화 붐을 일으킨 바 있는 곽재용 감독은 ‘우연적인 사랑도 사실은 노력하는 자들의 운명’이라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보여줄 생각이다.

올해 ‘조폭’영화 <가문의 영광>으로 ‘재미’를 봤던 태원영화사는 김하인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국화꽃향기>(감독 이정욱)를 내년 1월중 선보일 예정이다. 소설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울린 바 있는 <국화꽃 향기>는 슬픈 운명을 가지고 숨져가는 여인 희재와 그녀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이는 연하의 남자 인하의 가슴아픈 사랑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북디자이너 희재역에는 <소름>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장진영이, 라디오PD 인하는 연극 <청춘예찬>으로 알려진 박해일이 맡아 서로 호흡을 맞춘다. <사의 찬미>를 연출했던 김호선 감독의 조감독 출신으로 사계절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을 통해 관객들의 손수건을 적시겠다는 각오다.

이밖에도 이종수, 허영란 주연의 <강아지, 죽는다.(감독 박광우, 제작 팜프로덕션)도 1월 중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중이다. 투견에 빠져있는 무철과 자신이 데려다 키운 딸 지은,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젊은 고리대금업자 완수 사이의 어긋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로 데뷔하는 허영란은 순진한 소녀와 사랑에 눈뜨는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아 유 레디>의 이종수는 거칠면서도 섬세한 남자의 모습을 연기한다.

영화 <마들렌>의 한 마케팅 관계자는 “영화 관객들이 정서적인 측면에서 눈물을 흘릴 만큼 감동을 받아본 지 오래된 것이 사실”이라며 “과장과 굴절 없이 솔직하고 따뜻한 영화가 시각적으로 화려하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인 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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