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런던통신] 런던도 부탁해
2003-02-05
글 : 이지연 (런던 통신원)
<고양이를 부탁해> 런던에서 개봉, 현지 언론들 호평

<해리 포터와 마법의 방>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 런던의 연말 극장가의 모습은 세계의 다른 어느 곳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아트영화/외국어영화들은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이 시기에 한국영화 <고양이를 부탁해>가 첫눈처럼 살포시 그리고 신비로운 느낌으로 문을 열었다.<고양이를…>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지난해 12월26일부터 런던의 커즌 소호(Curzon Soho)에서, 그리고 27일부터 클래팸픽처하우스(Clapham Picture House)에서 개봉해 현재 개봉 3주째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12월26일은 ‘박싱 데이’(boxing day)라고 해서 크리스마스 휴가기간으로 보통은 런던 시내의 다른 극장들을 말할 것도 없고 상점들도 문을 잘 열지 않는 날. <고양이를…>로 다른 극장들보다 하루 일찍 문을 연 커즌 소호는, <타임 아웃> 독자들의 투표에서 몇년째 가장 쿨한 극장으로 꼽힌 곳이다. 런던 시내 차이나타운과 소호 사이에 위치해 있는 이 극장은, 실험적이고 흥미로운 다양한 프로그래밍과, 다른 보수적인 극장들은 개봉을 주저하는 외국어영화들을 영국에서 제일 먼저 개봉해 유행을 주도하는 극장으로 명성이 높다.

그런의미에서 <고양이를…>이 커즌 소호에서 개봉한 것은 한국영화가 런던에서 가장 문화적인 욕구와 호기심이 강한 관객의 관심을 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커즌 소호의 매니저인 롭 케니는 기대하지 않았던 개봉 첫날인 26일의 결과가 무척 좋아서 본인도 놀랐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한국영화를 커즌 소호에서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지난 몇년간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일본, 한국, 홍콩의 영화들이 최근 런던 관객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영화들이라는 것.

롭 케니는 <고양이를…>이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던 것은, 다섯명의 십대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례적인 영화이면서 흔히 십대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아니라는 점이었다고 말한다.<고양이를…>에 대한 영국 언론들의 현지 반응도 무척 좋은 편이다. 영국의 대중지인 <이브닝 스탠더드>는 <고양이를…>에 대한 리뷰의 제목을 ‘저기 있는 것은 크고 나쁜 세계라네’라고 달면서, “오늘날 그 나이 또래에 처한 사람들이 놓인 세계가 얼마나 비슷한가”를 느끼게 하는 “조용하고 겸손하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라고 평했다.

다른 리뷰들도 공통적으로, 이 영화가 한국사회의 현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도,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불확실성’에 대한 보편적인 경험과 감정들을 전달하는 면에서 탁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타임 아웃>의 제프 앤드루는, 정재은 감독의 연출에 대해 “상대적으로 사건이 적은 내러티브를 잘 고려되고 숙련된 페이스로 풀어내는 솜씨와 디테일에 집중하는 모습은 대만 감독 에드워드 양을 연상시킨다”고 평했다. 또, “다섯명의 여자배우 모두의 호연이 돋보인다”는 점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한 영국 평론가는 한국에서는 클리프 리처드의 <Congratulations>의 멜로디에 맞춰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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