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문화계, 버지니아 울프 생애와 소설 다룬 영화 <디 아워스>에 관심집중현재 영국 영화계 그리고 문화계의 관심은 <빌리 엘리어트>의 감독인 스티븐 달드리의 두 번째 영화 <디 아워스>에 온통 쏠려 있는 듯하다. 미국 작가인 마이클 커닝햄의 1999년 퓰리처상 수상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이미 두개의 골든글로브상- 최고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을 거머쥔 바 있고, 최근 발표된 아카데미 노미네이션에서는 초호화 뮤지컬 대작인 <시카고>와 당당히 어깨를 겨누고 있다.
그러나 영화적인 완성도와는 별도로, 이 영화가 영국에서 이처럼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그녀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원작인 <디 아워스>는 <댈러웨이 부인>을 현대를 배경으로 해 다시 쓴 소설. 저자인 커닝햄조차도 영화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 이 소설을 개작한 사람은 영국의 대표적인 극작가 데이비드 헤어. 데이비드 헤어는 최근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이 영화는 ‘영국’영화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영화의 전체적인 제작은 파라마운트사가 맡았지만, 감독인 스티븐 달드리가 이 영화는 반드시 영국에서 촬영되어야 한다고 주장(마치 <해리 포터>의 작가 J. K. 롤링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의 95%에 해당하는 분량이 영국에서 촬영됐고, 촬영현장은 100% 영국 스탭들로 꾸려진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미국과 영국간의 아름다운 연대이자 협업으로 보는 편이 정확할 것 같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영국 출신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관심의 초점은 당대의 쟁쟁한 여배우 세명- 메릴 스트립, 줄리언 무어, 니콜 키드먼- 이 출연하고 있다는 것. 소설 원작을 영화로 옮기기 위해 데이비드 헤어와 스티븐 달드리가 택한 묘책은 시간대가 다른 세명의 여성의 하루를 겹쳐 놓는 것. 그 결과 메릴 스트립은 현대 뉴욕의 출판회사의 편집장인 댈러웨이 부인, 줄리언 무어는 1950년대의 캘리포니아의 가정 주부, 니콜 키드맨은 자신의 광기와 싸워가며 소설을 쓰는 1920년대의 버지니아 울프를 연기한다. 언뜻 보아서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들 세층의 이야기는 모든 이야기가 끝날 때쯤에야 그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살과 심각한 우울증이 있다.
연극연출가에서 영화감독으로 옮겨간 스티븐 달드리의 두 번째 영화 <디 아워스>는 지적이고 색다르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좋은 반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지난 2월10일 런던의 첼시에서 프리미어 스크리닝을 가졌고, 밸런타인데이인 14일 영국에서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