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도쿄] 2002년 일본, 할리우드가 접수했다?
2003-03-03
글 : 사토유 (일본 통신원)

2001년 개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그해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고, 2002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초로 황금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 아카데미상 애니메이션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수년간 일본 영화계의 주요 화제가 됐다. 유감스럽게도 2002년을 돌아보면 이 작품에 준하거나 상회하는 흥행 성적을 올리거나 이슈가 된 일본영화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2002년 일본 전체관객 수는 1억6076명으로 2001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빅히트를 기록한 일본영화가 없었음에도 이런 성적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힘 때문이었다. 2002년 일본 극장가는 할리우드가 휩쓸어버린 것이다.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은 연초와 연말에 각각 개봉된 두편의 <해리 포터> 시리즈였다. 11월23일에 개봉한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사진)은 사상 최대인 858개 스크린에서 상영될 정도였다. 일본영화 개봉편수는 293편, 외국영화 개봉편수는 347편으로 전년도와 비슷한 비율이었지만, 일본영화의 흥행수입은 31.8% 감소한 532억9400만엔이 됐고, 시장점유율도 27.1%로 줄어들었다.

2002년 일본영화 개봉작 흥행은 <고양이의 보은> <명탐정 코난 베이카가의 망령> <고지라 모스라 킹기도라 대괴수 총공격> <포켓 몬스터 물 도시의 수호신> <도라에몬 노비타와 로봇 왕국> <전년의 사랑 히카루겐지 이야기> <모방범> <개 야차> <간호사가 하는 일> 순으로 나타났다. 애니메이션 작품이 흥행 1위를 기록한 것은 연속 4년째. 10위 안에 든 작품 중 4편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애니메이션이다. <고지라 모스라 킹기도라 대괴수 총공격>처럼 어린이용 인기 애니메이션과 동시 상영돼 덕을 본 실사영화도 있다.

1위를 차지한 <고양이의 보은>은 지난해 여름 개봉 무렵 소개된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기록(300억엔)에는 크게 못 미치는 64억6천만엔의 수익을 올렸다(참고로 외국영화 흥행 1위였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수입은 203억엔이었다). 베스트 10에 오르지 못한 영화 중에는 도쿄의 3개 소극장에서 개봉한 뒤 전국으로 확대 개봉해 14억엔의 수익을 올린 <핑퐁>의 선전이 눈부시다.

일본 관객은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일본영화들이 흥행에서도 성공하는 사례가 다시 나와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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