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배용준
2003-03-14

"노출신이요? '요'신이 좀 있죠"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94년 데뷔한 이후 10여 년 동안 10여 편의 드라마를 히트시키며 브라운관을 '점령'했던 연기자 배용준(30)의 첫번째 영화다.

<사랑의 인사>, <젊은이의 양지>, <첫사랑>에서부터 최근의 <겨울연가>까지 이미 TV드라마에 확고한 둥지를 튼 그가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스러웠을 듯하다.

영화의 촬영현장이 공개된 13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의 종합촬영소에서 만난 배용준은 우려와 달리 머리에 쓴 갓을 제외하고는 온통 흰색뿐인 조선시대 의상이 썩 잘 어울려 보였다.

"문무에 능하지만 벼슬을 마다하고 뭇여성들과 풍류를 즐기는…" 몇 번의 인터뷰를 통해 달달 왼 듯한 '멘트'로 쑥스러운 듯 배역소개를 하는 그가 데뷔작에서 맡은 조원이라는 인물은 간단히 말해 '넉살좋은 바람둥이'쯤되는 인물.

부인과 사별한 조원은 말솜씨, 학식, 재산 등 뭐 하나 부족할 것 없는 남자로 다양한 방법으로 수많은 여자들과 사랑을 즐긴다. 자신과 피가 섞이지 않은 사촌인 조씨부인(이미숙)은 그의 첫사랑으로 '정절녀' 숙부인(전도연)을 유혹하라는 그녀의 달콤한 제안을 조원은 받아들인다.

이미숙의 표현을 빌리면 배용준은 "촬영장에서 순직할 지도 모를 정도"로 배역에 몰두하고 있었다. 부담감에 '죽고 싶다'는 말이 입에 밴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설렘도 많고 동시에 두려움도 있습니다. 멋모르고 (영화출연을) 시작했는데 TV와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동안 말투를 부드럽게 해야하는 역만 맡다 강하고 냉소적으로 대사처리를 하는 것도 힘들고, 사극의 예스런 말투도 쉽지 않네요. 감독님이나 선배님들로부터 많은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스캔들…>을 영화 데뷔작으로 선택한 이유를 묻자 "모든 점이 안성맞춤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영화를 택한 이유요? 모든 게 좋았어요. 연출자가 이재용 감독님이라는 사실도 좋았고, 두 여배우와 같이 연기하는 것도 마음에 들고. 캐릭터도 딱이고 제작사가 봄영화사라는 것까지 좋습니다"

부담은 가지만 딱 원하는 영화를 데뷔작으로 선택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몇 가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몸무게를 줄이고 그동안 쭉 써왔던 안경을 벗었다.

"한 3㎏정도 뺐어요. 수염 분장은 얼굴살이 빠진 게 보기 좋거든요. 게다가 옷을 벗었을 때 부담스럽기도 하고. 영화 속에 '요'신이 좀 있거든요"

지독하다 할 정도로 몰두하던 대본'연구'를 버리고 현장 연기에 의존하는 것도 달라진 점. '부드러운 남자'에서 '넉살좋은 남자'로의 변신도 처음 해보는 시도다.

같은 원작으로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 <위험한 관계>에서 존 말코비치가 냉소적이고 야비한 인물을 보여줬다면 조원은 이보다는 넉살 좋고 유머도 풍부한 바람둥이다.

"진정한 바람둥이요? 부지런해야죠. 시간 배분을 잘 쪼개서 해야 좋은 바람둥이가 됩니다. 바람둥이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요…" (남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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