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리뷰]
조승우 라이브 공연, <후아유>
2003-04-16
글 : 김소연 (DVD칼럼니스트)

‘잔잔하지만 어딘가 꼭 한 군데는 튀는 한국식 멜로영화’들 중에서도 <후아유>는 단연 내 입맛을 자극하는 영화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터넷을 영화의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 영화 <후아유> 속에서 인터넷 게임을 만드는 남자주인공 ‘지형태’만큼은 아니지만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인터넷 공간을 떠돌지 않으면 금세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거나 뻑뻑한 눈꺼풀을 부비면서도 절대 포기 못하는 야밤 웹서핑 등 너무나도 친숙한 나의 모습이 영화 속에 살갑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영화의 그러한 매력이, DVD에서도 아주 잘 녹아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터넷 검색창과 각종 아이콘의 느낌을 강하게 살린 메뉴화면의 디자인. 아무리 세련되고 멋지게 만들었다 해도 도토리 키재기처럼 비슷비슷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최근 DVD 타이틀 메뉴들의 한계를 뛰어넘어버린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후아유’ 게임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 서플먼트용 메뉴화면 디자인은 한술 더 뜬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거리의 지도 이미지 위에 말풍선 모양의 메뉴바가 올록볼록 움직이게 만들어져 있어, 기능성은 물론 가독성과 오락성까지 뛰어나기 때문이다.

감각적인 메뉴화면들과 보조를 맞춰 신선한 시도들을 조금씩 더 보탠 서플먼트도 흥미진진하다. 제작 다큐멘터리인 ‘Making Films’ 코너는 감독, 제작자, 남녀 주연배우의 방대한 인터뷰를 순차적으로 편집해, 영화제작의 흐름을 마치 한권의 영상 책자로 보는 듯한 형식을 선보인다. 한편 ‘Production Note’ 코너에서는 제작에 관련된 또 다른 궁금증들을 풀어볼 수 있다. 특히 ‘접속2’라는 컨셉에서 출발한 영화 <후아유>가 수많은 자료조사를 거치면서 어떤 식으로 최종 정리되었는지를 제작자가 직접 설명해주는 부분은, 영화기획의 기본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후아유> DVD에는 대단한 노래 실력을 뽐냈던 지형태 역의 조승우가 라이브로 노래 부르는 장면의 촬영현장 모습 등이 담긴 ‘Behind the Scene’ 코너, 감독의 코멘터리가 따라붙어 더욱 맛있어진 ‘하드 코어 엔딩 시퀀스’ 코너가 수록되어 있다. 거기에 덧붙여 촬영현장에서 피곤에 전 스탭들의 맨 얼굴을 따라가보는 ‘조승우, 스탭을 인터뷰하다’ 코너와 지형태의 실제 모델을 만나볼 수 있는 코너도 있어 더욱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렇듯 영화 <후아유>가 가지고 있는 상큼하고 매력적인 느낌이 전혀 바래지 않고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이 타이틀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