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
2003-04-30

만약 당신이 영문도 모른 채 낯선 곳에 감금된다면? 그리고 하루, 한달, 일년… 얼마나 갇혀있어야 하는지 왜 감금당해야 하는 지 모른 채 그곳에서 15년의 시간을 보낸다면? <공동경비구역 JSA>와 <복수는 나의 것>의 박찬욱(40) 감독이 차기작 <올드보이>(제작 쇼이스트, 공동제작 에그필름)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판문점 총격 사건을 스릴러의 형식에 담았으며 <복수는 나의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를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표현했다면 <올드보이>는 복수에 관한 이야기를 스릴러에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9일 오후 이 영화의 제작발표회가 열린 서울 세종호텔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은 "Who보다 Why를 찾아가는 미스터리 액션 드라마"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일본 작가 스치야 가론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올드보이>는 어느날 갑자기 납치돼 이유를 모른 채 15년 간 갇힌 채 살아가는 '대수'와 그를 가둔 남자 '우진'의 이야기. '갇힌' 남자는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되돌아보면서 분노를 키워가고 '가둔' 남자는 가둔 이유를 밝혀내면 스스로 죽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공동…>의 성공 뒤에 이병헌, 송강호라는 걸출한 배우가 있었으며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복수는…>에서 다시 송강호와 신하균, 배두나와 함께 했던 박감독이 <올드보이>에서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은 최민식과 유지태.

박감독은 대수역에 최민식이 캐스팅돼 있다는 제작사의 "거짓말에 속아서" 연출을 결정했을 정도로 그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을 보였다. 유지태에 대해서는 "장난스럽고 농담도 잘하면서도 극단적으로 시니컬한 성격이 우진역에 딱"이라며 만족하는 모습.

배우 복이 많은 것 같다는 말에 그는 "많은 정도가 아니라 배우 복이 터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며 "훌륭한 배우들과 일하는 경험은 영화 자체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감독으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는…> 이후 또 다시 '복수'를 소재로 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복수는 고대의 신화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즐겨 사용되는 소재로 모두들 가슴에 품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쉽지 않은 금기사항이라는 것이 매력적"이라며 "<복수는…>에서 복수가 파멸에 이르는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면 이번 영화 <올드보이>에서는 더 나아가 (복수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는 식의 내용까지 들어있다"고 대답했다.

영화 <올드보이>는 원작만화에서 기본 설정만을 가져온 후 박찬욱 감독에 의해 '재창조'됐다. 출연배우들이나 제작사, 감독 자신도 "최고의 시나리오"라며 만족해하는 모습. 제작사에 따르면 이 영화는 시나리오만 나온 상태에서 이미 6만 달러에 프랑스의 와일드 사이드 필름에 사전판매됐고 일본 제작사들도 리메이크 판권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미스터리면서 '누구'보다는 '왜'에 초점을 맞춘 이유에 대해서 그는 "누구인지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것은 별 재미를 못 느낀다"며 "이야기의 깊이를 위해서는 '왜'가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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