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
2003-05-02

"제 영화 인생의 마지막 승부처입니다"

'가장 믿을 만한 상업영화 감독' 혹은 '충무로 최고의 실력자' 강우석(43) 감독의 초대형 신작 <실미도>가 지난달 30일 제작발표회를 갖고 모습을 드러냈다.<실미도>는 강감독의 차기작이라는 것 외에도 100억에 이르는 제작비와 '실미도부대' 실화라는 소재의 역사성, 실제 북파공작원들의 훈련장소였던 실미도에서의 촬영, 호화 캐스팅 등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제작이 처음 발표된 지난해 봄 이후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제작발표회와 부대원 추모제가 열렸던 실미도에서 강감독은 <실미도>를 "예전의 편한 영화들에 비해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소개하며 "감독으로서 마무리하는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왜 하필 실미도인가'라는 질문에 "<공공의 적>이후 감독을 그만하려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흥행도 할 만큼 했고 제작도 해 봤고 지쳐있었어요. 그러던 중 제작사 한맥영화의 김형준 대표에게 감독 제의를 받았죠. 이전부터 실미도 소재 영화를 연출하면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은 했거든요. '강감독 아니면 만들 사람이 없다'는 김대표의 말에 덜컥 연출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일단, 감독을 맡기로 했지만 장소헌팅 단계부터 쉬운게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제작진은 야산에 나무뿐이었던 실미도에 10여억 원을 들여서 3개월 동안 8천여 편 규모의 세트를 제작했으며 김신조 부대 남파 장면을 담은 1분30분량의 프롤로그 촬영을 위해서 양수리, 연천, 인천, 부산 등을 돌아다녔다.

섬 내 세트에서 촬영될 특수부대의 훈련장면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여기에 실미도 내에 전력이 안 들어오기 때문에 전기를 공급할 발전선을 이용해야 하며 조명 크레인은 크기 때문에 헬기를 통해 섬 안으로 들여오는 수밖에 없다. 결국, 정신적인 고민보다는 육체적 부담이 더 크다는 얘기.

"사상이나 이념 때문에 부담이 됐던 적은 없어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인 것이 오히려 편한 거죠. '때려죽이자 김일성' 식의 구호는 당시 교련 교과서에도 등장했던 역사적 사실이니까요"

"감독 생활을 마무리하는 작업"이라는 스스로의 말처럼 강감독은 <실미도>에 다른 작품 못지 않은 욕심을 보였다.

전체 제작비중 30%에 해당하는 30억 원의 돈을 세트나 소품 등 미술비에 사용했으며 중요 장면의 촬영을 위해서는 해외 로케도 고려할 정도로 화면에도 신경을 쓰고 있으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후반작업 일정도 세 달 정도로 잡아놨다. 90억에서 100억 정도로 예상되는 거대제작비가 들어가는 이유도 이런 까닭.

비주얼의 완성도를 중시하고 있지만 그가 설명하는 영화의 승부처는 드라마에 있다. "영화가 끝날 무렵 관객들이 '참 안됐다'라는 감동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상미나 에피소드 등을 통한 재미도 있겠지만 다양한 인물들의 개성이나 그 시대의 '느낌'을 통해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게 관건입니다."

그는 민감한 소재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웃자고 만들자면 수많은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질 것이고 반면 역사성과 사실성에만 집중하면 재미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며 "스케일이나 역사성 뿐 아니라 드라마적 재미까지 다양한 점을 고려해 일반 관객들이나 실미도 생존자들이나 모두 거부감 없이 만족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3월1일 크랭크인해 현재 10% 가량의 촬영이 진행 중인 <실미도>는 10월 말까지 촬영을 마치고 내년 구정 시즌에 개봉할 예정이다. (인천=연합뉴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