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살인의 추억> 흥행독주
2003-05-06
글 :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5월5일 지나면 전국 150만 돌파할 듯, <나비>와 <별>은 부진

<살인의 추억>이 5월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지난 4월25일 개봉한 <살인의 추억>은 개봉 주말 이틀간 서울 관객 12만명을 불러모은 데 이어 노동절인 5월1일에도 서울에서 6만2천명을 동원,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5월1일까지 이 영화를 본 관객 수는 서울 34만, 전국 85만명.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5월3일 전국 100만명을 돌파하고, 휴일인 5월5일이 지나면 전국 15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의 흥행독주는 예매성적을 통해서도 감지된 일이었지만, 배급사인 CJ나 제작사인 싸이더스는 매진행렬이 이어진 개봉일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개봉주 성적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이어질지 감을 잡기 어려웠기 때문. 특히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4월30일 개봉한 <엑스맨2>. CJ는 올 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1번 타자로 등장한 <엑스맨2>와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개봉일을 한주 앞당기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엑스맨2>의 파괴력은 <살인의 추억>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었다. <엑스맨2>는 4월30일과 5월1일 이틀간 서울 7만명, 전국 16만명을 불러모았다. <살인의 추억>이 5월1일 하루 동안 전국 15만3천명을 동원한 것과 비교하면 경쟁상대가 되기에 역부족인 상황. <살인의 추억> 관계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것은 <엑스맨2>를 앞지른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개봉 첫 주말이 지나면서 관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CJ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살인의 추억> 관객 수는 4월28일 8만1천명, 29일 8만4천명, 30일 9만4천명, 5월1일 15만3천명으로 점점 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이 입소문을 내고 있다는 증거. 실제로 인터넷 영화사이트에 올라온 감상평은 만장일치에 가깝다. 평론가와 관객이 고루 지지하는 영화가 지금처럼 흥행에 성공한 예는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참으로 오랜만이다.

흥행소식에 반가워하는 곳은 다른 어느 곳보다 제작사인 싸이더스다. <지구를 지켜라!>가 전국 6만명을 넘지 못하고 종영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던 싸이더스는 <살인의 추억>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유령> <무사> 등 심혈을 기울였던 대작이 번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던 제작자 차승재씨가 <살인의 추억>으로 자신의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울지도 관심거리. <지구를 지켜라!>와 <살인의 추억>, 두편을 묶어 CJ의 투자를 받은 싸이더스는 <살인의 추억>이 전국 350만명을 넘겨야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4월30일 <엑스맨2>와 함께 개봉한 한국영화 <나비>와 <별>은 참담하다. 5월1일 하루 동안 서울에서 <나비>는 1만5천명, <별>은 5천명의 관객을 동원, 박스오피스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극장 관계자들은 <살인의 추억>이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개봉하는 5월23일 이전까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이 전국 400만명을 돌파할지 여부는 앞으로 3주간 얼마나 많은 관객이 극장가를 찾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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