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 잉글리쉬(로완 앳킨슨)는 스파이가 되고 싶은 영국첩보국 사무직원이다. 폭탄 테러가 일어나 스파이들이 떼죽음을 당하자 국장 페가수스는 할 수 없이 수사 중이던 왕관 탈취 사건에 쟈니를 투입한다. 쟈니는 부유한 프랑스 사업가 파스칼 소바쥬(존 말코비치)가 범인이라는 심증을 굳히고, 인터폴 형사 로나(나탈리 임브루글리아)와 함께 음모를 파헤치기 시작하지만, 누구도 대형사고만 일으키는 쟈니를 믿어주지 않는다.
■ Review미스터 빈의 첩보원 변신기. 옳다고 믿는 대로 고집스럽게 행동하고, 그 행동 때문에 자신과 그 주변을 곤란하게 만드는, 그러면서도 절대 뉘우칠 줄 모르는 미스터 빈. <쟈니 잉글리쉬>는 중세 영국의 왕자와 경찰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앳킨슨의 경력 중에서도 순진하고 뻔뻔한 바보 미스터 빈을 불러내온 영화다. 미술관 경비원이 미술전문가로 행세하는 영화 <미스터 빈>처럼, 쟈니 잉글리쉬 역시 타고난 스파이인 척 거대한 음모의 물결로 뛰어드는 것이다. 스파이들만 가지는 펜에 대해 안다고 티내다가 국장 비서에게 독침을 쏘고, 제임스 본드처럼 우아하게 칵테일을 주문했다가 망신만 당하는 쟈니는 턱시도를 입은 미스터 빈이다. 그러나 마음 놓고 웃을 수만은 없다. 쟈니는 끝까지 멍청하지만, 그 사이사이 진심으로 좌절하거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는 탓이다.
혼자 욕실에서 거울을 쳐다보며 오리 인형과 노래를 부르는 쟈니가 어느 정도 제임스 본드처럼 보이기도 하는 불균형은 제작진의 이력을 검토할 때 이해가 된다. 감독 피터 호윗은 <슬라이딩 도어즈> <패스워드>처럼 웃음기 없는 영화를 만들었고, 공동작가들은 ‘진짜’ 스파이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가디언>처럼 “존 말코비치는 재미있는 대사가 한줄도 없다”고까지 냉혹하게 평가할 수는 없더라도, <쟈니 잉글리쉬>는 스파이영화와 코미디가 만났다는 행복한 전제 아래 군데군데 웃음을 흩뿌려놓기만 했다.
그러나 영국 박스오피스에서 3주 동안 1위를 유지했던 저력은 자국영화에 쏟는 지지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완 앳킨슨은 거대한 성과 웨스트민스터 대사원을 휘젓는 코미디 연기를 과시하면서 늘어지는 듯했던 영화를 탄탄하게 조여준다. 그는 변기 구멍을 향해 용감하게 기어오르고, 영화 속 상류층 여인들과 함께 관객마저 손으로 눈을 가리고 싶어지는 노골적인 몸짓을 귀엽게 가다듬고, 서커스 피에로처럼 밧줄에 매달려 곡예와 웃음을 한 대목에 몰아넣는다. 진정한 코미디언이 중심에 있다면, 그가 벌이는 쇼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