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김서형을 검색해본다. 김서형. 알몸 신고, 헤어 누드, 실연 제의, 사이버테러 등등.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에 캐스팅되던 순간부터 개봉을 앞둔 이즈음까지, 김서형을 소개하는 기사들은 유난히 자극적이다. 여성의 성애를 다룬 영화가 드물었으니 얼마나 벗었는지, 얼마나 적나라한지, 그게 궁금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이젠 그건 그만하자. 몸의 언어를 구사한, 동세대 성풍속도를 체현한 한 열정적인 여배우를 말해보자.
“감독님이 원하신 대로 리얼하게 나온 것 같아요. 촬영 때는 너무 과감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보니까 보통 사람의 일상처럼 자연스러워 보이더라구요.” 며칠 전 완성본을 본 김서형은 작품이 만족스러운 눈치다. 김서형은 몸의 욕망과 신파적 감정이 어떻게 서로를 북돋우고 방해하는지를, 격렬하고도 쓸쓸하게 그려 보이고 있는데, 누군가는 여성의 주도로 관계를 시작하고 맺는 이 영화를 ‘에로판 <봄날은 간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김서형이 주목하는 포인트는 그 여자의 ‘속사정’이다. “겉으론 쿨하고 당당하지만 사랑에선 그렇지 못하죠. 사랑할 땐 그냥 여자인 거예요. 실제의 저도 그렇구요. 그래서 연기하기가 편했어요. 운이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김서형이 첫 주연작으로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을 택한 데에는 시나리오에 대한 매혹이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봉만대 감독에 대한 믿음도 한몫했다. 오디션을 보고 나서야 봉만대 감독의 전력(!)을 알게 된 김서형은 잠시 아득해졌다가, 감독의 전작 두어편을 챙겨보고는 “이 감독과 영화 찍는다면, 욕먹을 일은 없겠다”는 확신을 덤으로 얻었다. 촬영하면서 사이버테러라는 것도 당해봤지만, 공포스럽지도 억울하지도 않았다고, 덤덤하게 회고한다. “누가 감독님한테 그러더라구요. 영화 찍으면서 삼류라고 느껴지지 않았냐구. 저도 그럼… 삼류인가요? 왜들 그렇게 편견이 많은지. 오히려 대중은 편식하지 않아요. 더 솔직하죠. 전 제 선택에 책임지고 싶구요, 자신있었어요. 남들이 뭐라건, 상관 안 해요.”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기억에 대해서도 “날씨가 추웠다”고만 답한다. “에로이기 때문에 느낀 애로 사항은 없었어요.”
<베사메무쵸> <오버 더 레인보우>의 단역을 거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의 킹카녀로 등장해 눈길을 모은 김서형은 영화배우로 안착하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 “테스트 삼아” 미스 강원에도 출전했고, 방송사 공채 탤런트로 입사해, 짧지 않은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이 일을 계속하려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김서형은 살아오면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고, 그 자기애가 자신의 동력이었다고 밝힌다. 외모만큼이나 밝고 시원한 성격의 그지만, 언젠가 도전하고픈 건 “동성애 코드가 있거나 어둡고 우울한 영화”다. 도회적이고 중성적인 이미지, 뚜렷한 이목구비에 늘씬한 몸매, 남다른 열정과 자신감. 지금 김서형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지만, 조만간 그의 소원대로 “개성있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덧붙이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