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라스(구스타프 스칼스가드)는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십대 소년이다. 독선적인 어머니 몰래 런던에 있는 작가학교 입학시험을 보려던 그는 작은 사고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바로 그날 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불량소녀 아넬리(투바 노보트니)에게 살해당한다. 다음날 니클라스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영혼이 되어 아넬리 곁을 맴돌기 시작한다. 복수하고 싶었던 처음 마음과 달리, 니클라스는 아넬리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 Review한 소년이 죽었고 시체가 사라졌다. 한밤의 숲속에서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둘렀던 아이들은 이미 범죄를 자백했지만, 그중 누구도 시체를 옮기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인비져블>은 이렇게 산 자들 사이를 떠도는 영혼과 그 영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녀, 시체를 찾는 절박한 숙제로 외피를 두른 영화다. 그러나 미스터리처럼 들리는 흥미로운 껍질 아래에서는 죄없이 죽고 죽이는 아이들의 서글픈 사연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젊은 두 감독이 손을 잡고 만든 <인비져블>은 짧은 한 시기마저 통과하지 못한, 이미 죽어버렸기 때문에 비싸게 얻은 진실을 그저 떠나보내야 하는, 가엾은 아이들을 위한 영화다.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인비져블>은 흔한 청춘영화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체념이 깃들어 있다. 니클라스는 영리하고 속깊고 재능있지만, 경제적인 성공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어머니에게 짓눌려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라고 중얼거리는 소년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겉으로 보기엔 다른 의미라 해도, 결국 실현되고 만다.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아넬리는 오해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선 죽은 어머니 묘석 앞에서 통곡을 한다. 이들에게 어른들은 차라리 보이지 않는 편이 나은 존재일 것이다. 살인자와 살해당한 자. 그러나 그들만의 옹알이로 대화를 하는 아기들처럼, 니클라스와 아넬리는 원한이나 분노를 녹이면서 서로를 알아나가기 시작한다. 이미 늦은 일이라 해도.
낯선 나라 스웨덴에서 건너온 <인비져블>은 그만큼 배우나 감독의 면면도 낯설다. 북구인 특유의 금발이 눈에 설지만, 이십대 초·중반의 두 주연배우는 <인비져블>의 지옥을 그대로 체험하기라도 한 것처럼 절절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스웨덴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백야의 낙원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