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12명 감독의 야심만만 뉴프로젝트 [3]
2003-10-10
글 : 김현정 (객원기자)
글 : 문석
사진 : 오계옥
사진 : 정진환

UFO, 어둠 속에 빛을 밝혀라!

<안녕! 유에프오> | 김진민 감독

-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김진민 감독은 지금까지 “저예산 조감독”으로 살아왔다. 전수일 감독의 독립장편영화 <내 안에 부는 바람>으로 영화인생을 시작한 그는 <세기말> <눈물> 등을 거치면서 혹독하게 단련됐고, 7년 세월을 칼만 갈았다.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감독이 되려 했지만, 하나도 멋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발을 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영 운이 나빴던 것만은 아니었다. 관상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박철수필름 공채에 합격한 첫걸음도 행운이었지만, 뜻이 맞는 친구 이해영과 이해준 작가를 만난 것도 천운이었다. <안녕! 유에프오>는 <품행제로>를 쓴 이 젊은 작가들과 김진민이 함께 방구석을 헤집으며 만들어낸 시나리오다.

이해영·해준 작가가 처음 썼던 <안녕! 유에프오>는 여피족이 등장하는 멜로영화였다. 한 여자가 UFO를 찾아다니던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한다는 이야기에서 뼈대만 발라낸 결실이 현재의 시나리오. 김진민은 <화산고> <로드무비>의 김재원 프로듀서를 찾아가 진행비만 받아쥔 채 2년 동안 종적을 감췄고, 마침내 그 사이 제작사 우리영화 대표가 된 김 PD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시나리오인지 확인하고 싶기도 해서” 가장 먼저 김재원 대표의 전화번호를 누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진민은 그렇게 시나리오의 합격통지서와 감독 데뷔 기회를 한꺼번에 낚아챘다. 물론 부산 시네마테크에 웅크려 있던 시절 고집했던 B급 코미디영화의 감수성은 많이 덜어냈다. 감독은 대중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안녕! 유에프오>는 “어리버리하고 정신없고 엉뚱한” 감독의 감성이 군데군데 끼어들면서 자꾸만 코미디영화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문이다.

- 이런 영화

김진민은 <안녕! 유에프오>를 구파발에서 찍고 있다. 그는 “조금도 서울 같지 않은 동네, 아직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 변두리 동네의 정서가 살아 있는” 구파발이 매우 마음에 든다. 중학교 2학년 때 집안이 망하면서 마이너에 발을 디딘 이 감독은 항상 세상의 가장자리를 편하게 느껴왔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하층민들> <브래스드 오프>처럼 삼류인생을 담으면서도 활기를 잃지 않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이런 영화들은 “어디에서나 마주칠 법한 사람들이지만 가만히 지켜보면 참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가난한 이들을 진실한 웃음으로 지켜본다. 그 결과, <안녕! 유에프오>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희망, 변두리에서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 앞에 나타난 UFO를 믿는 따뜻한 영화로 탈바꿈했다. <안녕! 유에프오>는 버스기사 상현과 시각장애인 경우를 중심에 두는 멜로영화이긴 하다. 그러나 상현을 둘러싼 친구와 동네 사람들에게도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이들은 이곳에 UFO가 나타날 거고, 그러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확신하는 경우의 등장과 함께 즐거운 소동에 휘말린다. 김진민은 “비주류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의 영화만은 비주류에도 삼류에도 넉넉한 품을 내어주는 공간을 세워갈 것이다.

- 시놉시스

경우(이은주)는 연인에게 버림받고 낯선 동네로 이사한 시각장애인이다. 그녀는 단 한번 보았던 어린 시절의 빛이 UFO였다고 믿고 있으며, UFO를 다시 보고 싶어한다. 노총각 버스기사 상현(이범수)은 앞을 볼 수 없으면서도 독립적이고, 매몰차면서도 다정한 면이 있는 경우에게 애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상현은 옛 남자에게 머물러 있는 경우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경우는 그토록 집착하는 UFO를 만날 수 있을까? 상현과 경우가 각자의 소망에 골몰해 있는 동안, 남루한 변두리 동네는 UFO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술렁이기 시작한다.


고딩 친구들 사랑이 어른들보다 낫더라

<늑대의 유혹> | 김태균 감독

-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솔직하게 말하자. 김태균 감독과 귀여니라는 이름은 그리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박봉곤 가출사건> <화산고> 등에서 굵은 선을 드러낸 감독과 가볍고 재기발랄한 필치로 유명한 인터넷 소설계 스타와의 만남이라니. 게다가 김태균 감독은 전설의 주먹 시라소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조선의 주먹>을 준비하고 있지 않았던가. 과연 그가 고등학생들의 쿨하면서도 조금은 슬픈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니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조선의 주먹>을 준비하면서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고, 사스 때문에 중국 현지 촬영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올해 4월, <조선의 주먹>을 1년 미루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늑대의 유혹>에 착수했다.” 사실, 김태균 감독 또한 처음에는 이 작품이 자신과 맞으리라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 영화사에서 판권 계약을 했다니 그저 한번 살펴보자는 차원에서 소설책을 읽었을 뿐이다. “처음에는 못 읽겠더라. 이모티콘 하며 정신없는 대사하며…. 그런데 1권 중반 넘어가면서부터 귀여니의 감성에 깜짝 놀라게 됐고 무지하게 재밌게 읽었다.” 내처 2권 끝까지 읽은 그는 이 영화를 꼭 연출하겠다 마음먹었다. 젊은 연기자들과 젊은 감성으로 작업한 <화산고>에서 힘을 소진했던 탓에 ‘당분간 고등학생 얘기는 안 만들리라’고 생각했던 김태균 감독으로 하여금 마음을 고쳐먹게 한 것은 소설의 건강함이었다. “거기서 사랑을 발견했다. 어린 친구들 사랑이 어른들보다 낫더라.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순수한 마음이 내겐 감동적이었다.”

- 이런 영화

<늑대의 유혹>은 고등학생들의 사랑 이야기란 점에서는 원작과 별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워낙 캐릭터가 다양하고 ‘미니시리즈급의 이야기’이다 보니 내용을 추스르는 데 힘을 기울였다. 원작의 느슨한 이야기를 팽팽히 당겨 농도 깊은 감정을 담으려 애쓸 계획이다. 그는 생생한 고등학생들의 감성을 담기 위해 실제 청소년들과 여러 차례 면담을 했고, 이를 시나리오에 최대한 담으려 노력했다. 반면 원작이 인터넷 소설이라는 점은 큰 고려대상이 아니다. “인터넷 소설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특별한 장치는 없다. 원작은 연재가 되다보니 에피소드 중심이지만, 영화에선 드라마를 끌고 가야 하므로 감정선을 응축시키고 절제할 생각이다.”

그는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뼈아픈 교훈 하나를 얻었다. “젊은이들을 내 곁으로 당겨오는 게 아니라 내가 그들 곁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 그는 지난 여름 청소년들을 취재할 겸 자신의 인생사도 이야기해줄 겸해서 어느 고등학교의 특강 요청을 수락했다. 나름의 준비도 해갔건만, 막상 연단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자 눈앞이 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교훈이랍시고 이야기하는 게 그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 같았다. 결국 내가 그들 곁으로 내려가 그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한선과 강동원, 그리고 신인 이청아 같은 젊은 배우와 작업하는 데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김태균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그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임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하이틴 멜로영화지만, 김태균 감독은 액션에도 나름의 색깔을 부여할 생각이다. 고등학교 ‘짱’ 두명이 등장하는 영화다보니 멋진 액션도 필요하고 오토바이 질주장면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멋있는 영화를 찍고 싶다. 주연 세명을 세워만 놓아도 그림이 되는데 ‘허접’을 찍을 필요가 있겠냐.” <늑대의 유혹>은 11월 중순 촬영을 시작해 서울과 대전 등지에서 촬영을 마친 뒤 내년 3월쯤 개봉할 예정이다.

- 시놉시스

이혼한 아버지와 함께 소도시에서 살다가 엄마가 사는 큰 도시로 터전을 옮긴 고등학생 정한경. 첫사랑 대한이와 다시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가슴 부풀었으나, 그는 이미 한경의 소꿉친구 제희와 사귀고 있다. 뻥 뚫린 마음을 가누려 애쓰는 한경 앞에 두 남자가 나타난다. 그 둘은 이 도시 고등학교 주먹계의 라이벌 반해원과 정태성. 한경의 사랑을 얻기 위해 두 남자가 벌이는 신경전은 라이벌간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삼각관계 이면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었다. 한경은 이제 자신의 슬픈 사랑을 끌어안아야 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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