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사면초가 타란티노
2003-10-13

천하의 타란티노가 요즘 수심에 싸여 있다.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킬 빌>(사진)이 두편으로 나눠 개봉하게 되면서 늘어난 비용문제로 미라맥스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타란티노는 2편으로 분리 개봉되는 경우 좀더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미라맥스는 제작비 회수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는 추가 지출을 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대치하고 있다.

애초 2개월로 예정했던 촬영이 6개월로, 4천만달러로 잡았던 제작비가 6천만달러로 불어나고, 완성본의 러닝타임까지 3시간을 넘기자, 미라맥스쪽은 상당한 부담과 위기감을 느껴왔다고 한다. 시간과 비용의 초과 책임을 감독에게 돌려 패널티를 요구하는 스튜디오도 있지만, 미라맥스는 마케팅비 하향 조정 등의 재협상 ‘보복’을 해왔고, <킬 빌> 역시 그런 경우다. 도합 2편의 <킬 빌> 마케팅비가 통상 1편의 마케팅비보다 근소하게 높은 수준이라고. 애초 <킬 빌>을 한 편의 장대한 서사극으로 선보이고 싶어했던 타란티노로서는 억울할 만하다. “관객은 그렇게 오랜 시간 몰입할 수 없다”며 분리 개봉을 강행한 미라맥스에는 마케팅비 외에도 골치 아픈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이제 1편이 아닌, 2편의 영화에 출연한 셈인 배우들에게 개런티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2편 개봉 불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미라맥스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800만달러짜리 영화 <펄프 픽션>은 1억달러를 벌어들였다. 공동대표인 하비 웨인스타인은 한때 “미라맥스는 타란티노가 일으켜 세운 집이다”라고 말했지만, 이젠 그도 타란티노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씨네21 취재팀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