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인어공주>의 주연 배우 전도연
2003-11-01

"저 아니면 할 사람 없다는 말에 넘어갔지요"

"다른 건 다 참겠는데 추워서 못견디겠어요. 물만 차갑지 않다면 바닷속에서 노는 것도 재미있는데…. 그래도 엑스트라를 맡은 할머니들이 열심히 도와주시는 덕분에 근근이 버텨내고 있어요."

지난달 30일 제주도 동쪽 섬 우도의 하고수동 선착장 앞바다에서 영화 <인어공주>(제작 나우필름)의 촬영에 한창인 전도연(30)은 뭍으로 올라오자마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담요를 뒤집어쓴 채 겨우 말문을 연다.

내년 봄 극장가에 선보일 <인어공주>는 20대 여성인 주인공이 20여년 전 어머니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 달콤한 사랑을 나눈다는 판타지 멜로물. 그는 해녀 출신의 목욕탕 때밀이(목욕관리사) 연순의 젊은 시절과 우체국에서 일하는 그의 딸 나영으로 1인2역을 맡았다.

이날은 해녀 연순이 짝사랑하는 우체부(집배원) 진국(박해일)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며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따는 대목을 하루종일 촬영했다. 모처럼 날씨가 화창하고 파도가 잔잔해 강행군하며 평소보다 두 배로 찍었다.

해가 진 뒤 우도면사무소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물통 속에서 몸을 녹일 때와 달리 활기차고 딱부러지는 어조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박흥식 감독님은 3년 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만나 친숙하지요. 두 역할을 한꺼번에 해내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 해보겠다고 단번에 수락했지요. '전도연 아니면 이 역을 해낼 사람이 없다'는 말이 무척 기분좋았는데 거기에 넘어가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지요."

전도연은 1994년 SBS 드라마 '블루'에서 다이빙 선수로 등장했을 만큼 수영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바다의 물결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 헤엄과 잠수의 방법도 달라 연습을 많이 해야 했다. 스킨스쿠버 전문가와 해녀에게 입수 자세와 호흡법 등을 익히고 사투리도 배웠다.

"연순과 나영의 성격이나 차림새가 너무 달라 적응하기는 편해요. 다만 한 화면에 연순과 나영의 모습이 한꺼번에 비치는 대목에서는 신경을 많이 쓰지요. 따로 찍었다가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한다는데 대화 상대도 없이 연기하려니 힘들더군요. 저는 특별히 마음 속에 어떤 캐릭터 설정을 해놓고 연기하지는 않아요. 자연스럽게 배역에 스며들도록 하겠다는 생각이지요."

<접속>, <약속>, <해피 엔드>, <내 마음의 풍금>,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을 통해 충무로 초특급 스타로 떠오른 전도연. 말 한마디 한마디에 관록과 여유가 배어난다. 박흥식 감독은 "내가 연기자 복이 많은 것 같다"고 캐스팅에 만족했으며 상대 역의 박해일도 "꼭 한번 함께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진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고 칭찬했다.

"여배우로서 나이가 드는 것이 걱정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배우란 역할에 맞춰 연기를 해내면 되는 것이어서 크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여기고 있으며, 혹시 화면에 주름살이 나오더라도 귀엽게 봐달라"고 애교를 부렸다.

북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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