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인어공주> 주연 박해일
2003-11-03

"섬 생활 두 달에 `우도 청년'이 다 됐지요"

올해 충무로가 발굴한 남자배우 가운데 최대어로 꼽히는 박해일(26)이 제주도 동쪽의 작은 섬 우도에 두 달째 머물며 섬 청년으로 변했다. 틈나는 대로 바다낚시를 즐기며 즉석에서 생선회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나이 든 해녀들과 수다도 곧잘 떤다.

<국화꽃향기>, <질투는 나의 힘>, <살인의 추억> 등에서 보여준 깨끗한 마스크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이제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인 그가 이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곳에서는 내년 봄 개봉 예정인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제작 나우필름)가 한창 촬영중이다. 지난 9월 중순 태풍 매미가 섬 주변 바다를 온통 뒤집어놓고 가는 바람에 섬을 떠날 기약이 미뤄졌다.

"시선을 두는 곳마다 정말 절경이에요. 마을 사람들도 무척 잘해주시고요. 다른 잡생각이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이곳에 푹 빠져 촬영기간이 길어진 게 고맙게 느껴질 때도 있더라구요. 나중에 나이가 더 들면 다시 와 한동안 살고 싶어요."

"혹시 당신 이름 때문에 이곳에 태풍이 찾아와 해일(海溢)이 일어난 것 아니냐"고 묻자 "제 이름 한자는 한 일(一)자예요,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 마세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전도연이 1인2역을 맡아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인어공주>는 20대 여주인공이 시간여행을 통해 20여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 부모의 사랑 이야기를 체험한다는 줄거리의 판타지 멜로물. 박해일은 섬 마을 우체부(집배원)인 아버지의 젊은 시절 모습으로 등장해 해녀 연순과 사랑을 나눈다.

"마을이 손바닥만하다보니 편지나 소포, 그리고 전보를 전할 일이 그리 많지 않지요. 그러니까 읍사무소(당시에는 우도가 구좌읍에 속한 연평리였으나 86년 우도면으로 독립했다)나 보건소에서 지급하는 쥐약과 회충약 등을 집집마다 배달하는 역할도 하지요. 머리 속에 떠올리시는 대로 착하고 순수한 청년이지요."

그의 상대역은 초특급 스타로 꼽히는 전도연(30). 신인급인 박해일로서는 버겁게 여길 만도 한데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는 마음뿐이다. "한번 꼭 함께 연기해보고 싶었고 보면 볼수록 진짜 배우라는 생각을 재확인하게 됐다"며 즐거워한다.

"저도 부모님께 연애 시절이 궁금해 여쭤보니 잘 대답을 안하세요. 어머니는 아버지가 꼬셨다고 하시고, 아버지는 어머니가 매달려 할 수 없이 결혼했다고 하시더군요. 이 영화는 중년 관객에게는 추억을, 젊은 관객에게는 부모님의 연애 시절을 엿보는 재미를 줄 겁니다. 감독님의 의도도 이 세상 아버지와 어머니들을 젊은 시절로 되돌려보내자는 것이지요."

박해일은 송강호, 설경구, 신하균 등 대학로 출신 충무로 스타의 계보를 이을 만한 재목으로 꼽힌다. 99년 <청춘예찬>으로 각종 연극상을 휩쓸면서 충무로의 뜨거운 `러브 콜'을 받았고 2001년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주인공 이얼의 고교시절을 연기하며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다.

신인치고는 작품 고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비결을 물어봤더니 "특별히 작품성을 따진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가 좋고 대중적인 작품을 선택했는데 분에 넘치게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아울러 받게 됐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멜로 전문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대부분 사람들이 서로 사귀고 결혼해 아이를 낳으니 모두 멜로배우나 다름없지요"란 잠언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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