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피터 잭슨 비싸신 몸, 할리우드 사상 최고의 개런티 받아
2003-11-03
글 : 박은영

감독도 톱스타 배우만큼 고액의 개런티를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유니버설픽처스가 <반지의 제왕> 3부작의 피터 잭슨을 <킹콩>의 감독으로 모셔오는데, 2천만달러의 개런티 선불에 더해 수익의 20%를 약속했다. 이는 톰 크루즈나 멜 깁슨 등 흥행수표로 통하는 특급 스타들에 준하는 최고의 대우로, 이제껏 할리우드가 감독에게 지불한 최고의 개런티 1200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와 <버라이어티>는 피터 잭슨의 “20/20 클럽 가입”의 내역과 함께 이 사건이 업계에 미칠 파장을 보도했다.

피터 잭슨이 이런 파격적인 대우를 받게 된 것은 <반지의 제왕> 3부작 효과 때문이다. 앞서 개봉한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와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이 전세계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자그마치 18억달러. 또한 이들 작품은 아카데미 19개 부문에 후보 지명됐고, 6개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러브콜을 보낸 7개 스튜디오 중에서 피터 잭슨이 유니버설과 손을 잡은 이유는 <킹콩>을 둘러싼 질긴 인연 때문. 유니버설은 1996년 피터 잭슨이 프랜 웰시와 쓴 <킹콩>의 각본을 사들였지만, 피터 잭슨의 판타지호러 <프라이트너>가 흥행에 실패하자, <킹콩>의 제작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반지의 제왕> 3부작으로 피터 잭슨이 탄력을 받자, 2002년 여름 유니버설의 총수가 뉴질랜드로 몸소 날아가 피터 잭슨을 설득했다고 전해진다.

이번 계약 내용이 알려지면서, 다른 스튜디오들은 일제히 분노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그들은 1995년 콜럼비아가 <케이블 가이> 출연 조건으로 짐 캐리에게 2천만달러의 개런티를 지불한 이래 다른 스타 배우들의 몸값이 동반 상승한 사실을 돌아보라고 경고한다. 피터 잭슨 ‘쇼크’가 감독의 개런티 상향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들의 우려다. 스튜디오 몫에서 많게는 50%까지 가져가는 스티븐 스필버그, 최근작에서 1천만달러의 개런티와 15% 의 수익배분을 약속받은 로버트 저메키스, <타이타닉>으로 경이적인 흥행 기록을 세운 바 있는 제임스 카메론 등이 요주의 인물. M. 나이트 샤말란과 크리스 콜럼버스처럼 제작과 각본을 겸하는 감독들, 워쇼스키 형제처럼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비주얼 효과에 밝은 감독들의 몸값도 상승할 것으로, 그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피터 잭슨의 에이전트와 유니버설은 이 계약이 ‘매우 특별한 케이스’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계약은 피터 잭슨 개인이 아닌 그의 팀을 상대로 맺은 것으로, 피터 잭슨의 아내이자 각본과 제작 파트너인 프랜 웰시, 작가 겸 공동 프로듀서인 필리파 보옌스가 함께한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의 특성상 3년을 투자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해야 했다고, 유니버설은 항변한다. 계약 내용에는 이 밖에도 제작비 1억5천만달러를 넘길 경우 초과액을 책임져야 하며, <킹콩> 전에 다른 영화를 연출해선 안 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고. “실제로 8억달러에서 9억달러의 수익을 안겨다줄 감독은 흔치 않다. 스튜디오가 2천만달러의 개런티를 흔쾌히 내줄 감독도 흔치 않다는 뜻이다.” 그들이 전하는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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