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인어공주>의 전도연
2003-11-04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찬 바닷물서 한시간이나 생긋, 전도연은 '여우'다

전도연은 여우다. 독한 여우다. 지난 10월 30일 제주도 동쪽 우도의 하고수동 선착장 앞바다의 <인어공주> 촬영현장. 70년대의 해녀역을 맡은 그의 물질 장면을 찍었다. 늦가을 바닷물에 냉기가 흐른다. 상체를 180도 숙여 잠수했다가 올라와선, 두렁박(스티로폼으로 동그랗게 만들어 물에 뜨도록 한 물질 보조기구)에 기대 선착장에 서 있는 애인을 보고 웃는 모습까지 30초 남짓 되는 긴 쇼트이다.

세번까지 다시 찍었다. 세번째 테이크는 잘 됐다 싶었는데, 전도연이 고개를 들고 웃을 때 취재진이 터뜨린 카메라 플레시의 빛이 들어가버렸다. 취재진에게 플래시 터뜨리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다시 두번 찍기까지 전도연은 바닷물 속에 한시간 가까이 들어가 있어야 했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는 두렁박에 몸을 기대고서 몸속 깊이 전해오는 한기에 끙끙 앓는 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마침내 ‘오케이’ 사인을 듣고는 뭍으로 올라오려는데, 기자들이 한번 더 포즈를 취해 달란다.(기자란 참 좋은 소리 듣기 힘든 직업이다.) 이 여우, 물 속에서 끙끙 앓다가도 고개를 들고 웃는다. 그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화사하다. 저 서비스 정신, 역시 프로다.

선착장에 올라오자마자 뜨거운 물을 담아놓은 큰 고무 대야에 쏙 들어가 담요를 뒤집어 썼다. 10여분 동안 그러고 있다가 몸이 좀 풀렸다는 듯 담요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바다가 참 재밌어요. 춥지만 않으면…. 여기선 70대 할머니들도 한겨울에 물질을 한대요.” 실제로 이 장면은 9월초쯤 촬영 예정이었다가 태풍 매미 때문에 10월말까지 늦어졌다. 그래도 단역배우가 된 이 마을 해녀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담배를 사려고 마을로 들어가 가게를 찾았더니 문이 닫혀 있었다. 가겟집 할머니가 해녀역 한다고 촬영장에 갔단다.

<인어공주>는 낮은 돌담이 끝없이 늘어선 우도의 고즈넉한 모습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부모 세대의 젊은 시절 로맨스이다. 20대 초반의 나영이 부모의 고향인 우도에 왔다가 수십년 전의 과거로 가게 된다. 거기서 20대 초반의 어머니 연순을 만나고, 연순과 젊은 시절 아버지의 사랑을 보게 된다.(젊을 때의 아버지 역은 박해일이다.) 전도연은 나영과 연순 1인2역이다. “시나리오에 둘의 성격차이가 확연하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안 해도 구별이 잘 돼요. 그런데 특히 둘이 같이 나오는 장면이 힘들어요. 따로 찍어서 컴퓨터로 합성하니까, 상대 없이 연기해야 하거든요.” 서른을 넘긴 전도연은 나영, 연순과 나이 차이가 꽤 난다. “과장해서 내가 스무살이라고 우기고 싶지 않고요, 완숙한 연기로 말하고 싶어요.” 감독은 전도연이 출연했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박흥식.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엄마 아버지들을 젊은날로 돌려보내고 싶습니다. 그들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되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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