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나기 쓰요시. 국내에 ‘초난강’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지난해 7월 한국어로 발매된 싱글 앨범 <정말 사랑해요>의 홍보차 내한해서 이렇게 말했다. “저를 초난강이라고 불러주세요. 초난강은 제 이름의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은 발음입니다.” 성은 초난씨요, 이름은 강. 이 자체도 그렇거니와 앨범 재킷을 두른 구사나기의 얼굴이 아주 코믹스럽다. 발간 뺨에 예쁘장한 미소를 얹고 꽃들에 둘러싸여 행복해 하는 모습. 만화 캐릭터 같기도 한 이 사진과 그의 이름 석자가 합쳐진 이 귀여운 앨범은 구사나기 쓰요시가 자신을 한국에 소개하는 직접적인 첫인사였다.
일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일본에서 전설적인 인기를 누려온 그룹 SMAP을 모를 리 없다. 아이돌 그룹으로선 드물게 10여년 동안 대중적인 지지를 잃지 않고 있는 이 그룹은 멤버들 각각의 개별 활동도 활발하다. 구사나기 쓰요시 역시 일본에서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일본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런 그에게 영화 <환생>은 첫 주연작이다. 연기자로서의 활동폭이 그다지 넓지 않았던 그이지만 처음 주연을 맡았다는 것에 대한 소감은 소박하다. “대본을 펼쳤을 때 내 이름이 가장 앞에 나와서 정말 주연이라는 걸 실감했다. 대본을 펼칠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빙긋빙긋 웃었다.”
구사나기가 연기한 관공서 직원 헤이타는 이성적이고 차분한 성격의 인물. 그러나 환생한 사람을 목격했다고 또는 본인이 환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조사하면서 그는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이 현상에 조금씩 다가간다. 첫 주연작인 만큼 연기에 욕심을 내고 싶었던 구사나기는 후생성에 나가 헤이타와 비슷한 직책과 나이를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결론적으로 “그들도 보통 28살의 남자들이더라”는 것과 “자연스러운 연기”만이 해답으로 남았지만 그래도 그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그치지 않았던 것 같다. “감독은 헤이타에 대해서 영화에 그려지지 않은 일상생활의 작은 부분까지 잘 알고 있었다. 나도 거기에 부응해서 헤이타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촬영 틈틈이 ‘헤이타 강론’을 하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다지 인정을 안 해줬다.” (웃음)
정갈한 양복이 잘 어울리는 배우들은 많기 때문에 영화 <환생>만으로는 구사나기에게 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정말 사랑해요>의 앨범 재킷이 준 강렬한 인상만 간직할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어느 쪽이건 그건 모두 구사나기 쓰요시의 얼굴이다. 싱글 앨범의 독특한 컨셉 때문에 한국에는 자신을 코미디언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구사나기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초난강’은 내가 가진 어떤 한면을 부각시킨 것뿐이다. 나는 내가 새롭게 창조한 이 캐릭터가 재미있고 또 맘에 든다. 한국의 팬들도 나의 다양한 면들을 봐주었으면 좋겠다.”
구사나시 쓰요시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각별하다. 현재 <후지TV>에서 <초난강>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그는 이 쇼에서 한국어로 말하고 일본어를 자막에 깐다. 영화 <쉬리>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어 발음이 몹시 예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독학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을 자주 방문했던 구사나기는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 신촌 거리를 특히 좋아한다. 주로 북적거린 데만 다녀서 그런지 그는 한국을 에너지 넘치는 곳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인천공항에서 서울 도심으로 들어서는 평온한 거리를 빼놓지 않는다. “그런 대조적인 느낌이 좋다. 한국은 정열적인 면과 온화한 면을 모두 가졌다는 점에서 마음이 많이 끌린다.”
구사나기의 이 커다란 애정을 모두 믿어줘야 할지도 난감하지만 그는 우리의 당황스러움조차 개의치 않는 것 같다. 한국에 대한 사랑을 순수하게 밀어붙여 이제는 아예 한국어로 제작되는 일본영화 <호텔 비너스>에 주연으로 출연 중인 구사나기. 나이를 빗나간 코믹한 컨셉에 스스로 즐거워하면서도, 영화 속에선 바람에 흩어진 머리칼이 신경쓰이는지 꼭 넷째손가락 하나로 곱게 빗어넘기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해 토크쇼에 영화까지 열심히 애정을 실천 중인 일본의 톱스타. 어쩌면 헤이타의 귀여운 미소도 별로인 듯 느껴질는지 모르겠다. 호기심 많고 열정 넘치는 청년 구사나기 쓰요시의 이런 신기한 면들을 빼놓고 본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