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송강호 아니네, 아니 송강호 맞네, <효자동 이발사>
2003-11-25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배우 송강호(36)씨의 스타일이 ‘확’ 바뀌었다. 〈살인의 추억〉 때의 짧은 스포츠 머리가 길고 구불구불한 ‘아줌마’ 파마로 변했고 맷집 좋아 보이는 덩치 군데군데 삐져나오던 군살도 쏙 빠졌다. 그런데 ‘촌발’ 날리기는 이쪽이 더 심해 보인다. 그는 요새 〈살인의 추억〉의 1980년대에서 10여년 더 거슬러 올라간 70년 초반의 ‘효자동 이발사’로 살고 있다.

전북 완주군 평야에 차려진 총 5천평 규모의 〈효자동 이발사〉 오픈 세트장. 실물 대비 60% 규모로 경복궁 담과 60~70년대 효자동 정경을 재현한 이곳에서 지난 17일 주인공 성한모(송강호)의 ‘금의환향’ 장면이 ‘액션’에 들어갔다. ‘한미외교의 주역 성한모’, ‘우리들의 호오-프 성한모’, ‘출세했다 성한모’ 등 낯간지러운 표어를 든 한 무리의 동네 사람들이 두 손에 여행가방을 들고 경복궁 돌담길을 걸어오는 성한모를 ‘열렬히’ 환영한다. 아코디언은 ‘감격시대’를 연주하고, 동네 처녀는 수줍은 표정으로 성한모에게 화환까지 걸어준다. 그는 대통령의 미국순방길에 동승해 귀하신 몸의 ‘2대 8 가르마’를 갈라 빗질하는 과업을 수행하고 돌아오는 길인 것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성한모의 입이 귀에 걸렸다.

〈효자동 이발사〉는 평범하고 소심한 이발사가 우연히 대통령의 전속 이발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들, 그리고 60~70년대의 한국현대사가 평범한 소시민의 삶에 내는 생채기를 잘잘 끓는 아랫목과 매운 외풍이 공존하는 옛날 안방처럼 따뜻하면서 시큰하게 그리는 코미디 영화다. 20대 총각에서 아들을 키우는 40대까지 연기하기 위해 송강호씨는 몸무게를 10㎏ 가까이 줄였다. 감독이 일찌감치 송강호를 염두에 두고 썼다는 시나리오에서 그는 시대의 폭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자식의 상처를 바라봐야 하는 70년대 아버지를 연기한다. “지금이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들이 어디에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하는데 멀쩡한 부모가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효자동 이발사〉는 그 시대의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송씨는 이번 작품에서 예의 소심함과 엉뚱함에 시대의 고단함을 어깨에 걸친 70년대의 아버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아들 성낙안에는 〈선생 김봉두〉에서 정신병자 엄마와 함께 사는 소석이를 연기했던 ‘연기파’ 아역배우 이재응군이 캐스팅됐고, 문소리씨가 한번의 ‘사고’로 임신 5개월에 성한모와 살림을 차리게 되는 김민자역을 맡았다. 현재까지 40% 가량 마친 촬영을 올해 안으로 끝내고 내년 1월 말쯤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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